handmade IN jEONJU
손의도시 전주
섬유 공예의 시작
20대 때 어머니와 수입 침구류 매장을 운영하면서 퀼트에 흥미를 느껴 배우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한지 섬유를 알게 되었어요. 저는 문득 이 두 가지를 결합해 무언가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씩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전주를 떠나있다가 30대 때 다시 돌아오게 되었는데, 그때는 수입 침구류 쪽은 거의 중국 OEM 생산으로 넘어간 상태라 그걸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퀼트를 기반으로 한 작업을 조금씩 했어요. 그때 아는 수녀님께서 한옥마을에서 운영되는 오픈 마켓과 제 작업물이 잘 어울릴 것 같다며 알려주셨고 참가하게 되었어요. 벌써 10년이 훌쩍 넘은 일이네요.
주로 사용하는 재료
제가 작업하는 한지사는 한지의 주성분인 닥섬유를 이용해 만든 원단입니다. 한지사는 항균성과 통기성이 좋고요. 피부가 예민하신 분이나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해요. 요즘 우리가 쓰는 생활용품에서는 합성섬유가 아닌 소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잖아요. 그래서인지 한지사를 더 특별하게 느끼시는 거 같아요. 물세탁 여부도 여전히 많이 물어보시고요. 한지사는 얼마든지 세탁이 가능한 생활 속 소재예요. 아직은 인지도가 높진 않지만 저희 공방을 꾸준히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어 제가 지금까지 해올 수 있었어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생산량이 다른 섬유에 비해서 적다 보니 다양한 색이 없다는 거예요. 필요한 색이 있다면 주문 제작을 해야 하는 데 그렇게 하기엔 여러 가지로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고요. 원단의 다양한 색깔과 관련한 부분이 현재는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표적인 작품
이불, 무릎 덮개, 패드, 방석, 수달 인형 등이 있습니다. 제 작품 중 일부는 제 공방뿐 아니라 전라북도관광기념품100선판매관과 전주공예품전시관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 전주천에 살고 있다는 수달을 인형으로 만들고, 전주시의 시화인 개나리와 시목인 은행나무를 약화해 스티치 하는 건 전주라는 제 작업의 거점 공간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에요. 구매하시는 분들도 오래오래 전주를 기억하실 수 있도록. 또 제품에는 제 브랜드인 [한꼭지] BI를 라벨로 만들어 붙여요. 라벨에는 세탁 방법 등을 알리는 정보와 함께 제 전화번호도 공개하고요.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저만의 방법입니다.
앞으로의 계획
저희 어머니는 침구류 사업을 하시기도 했지만, 문인화와 서예로 수차례 전시회도 여신 작가세요. 당연하게 저는 어머니에게 많은 영향을 받으면서 성장했죠. 어머니는 아니라고 손사래 치시지만 지금도 어머니에게 서예와 문인화를 배우고 있는걸요. 2년 전 시작했는데 왜 더 빨리 시작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길 정도로 흥미를 느끼고 있어요. 함께 배우는 분들께 잘한다는 칭찬도 듣지만 저는 여전히 어려워요. 하지만 계속 열심히 배워보려고 합니다.
제가 지금 만들고 있는 한지사를 이용한 섬유 작업물에 어머니에게 배운 것들을 더할 수 있는 날을 꿈꾸고 있어요. 저만의 글씨체를 담은 한지사 작품을 꼭 만들 거예요.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개인전을 여는 것인데요. 2013년에 침구류를 중심으로 첫 개인전을 했었어요. 호응이 높아 전시했던 작품들이 많이 팔리기도 했고요. 시간이 흐르면 제 작업을 많이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눈앞의 현실이 치열하다 보니 어느덧 2022년이 되었네요. 쉰다섯 전에는 꼭 두 번째 전시회를 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