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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도시 전주
목판 연화(年畫)는 목판으로 만든 연화다. 주셴진 목판 연화는 중국의 주셴진(朱仙鎮)이라는 지역에서 제작된 목판 연화다. 중국의 많은 지역에서 연화가 생산되었지만, 최초의 목판 연화는 주셴진 지역에서 생산되었다. 따라서 주셴진 목판 연화는 중국 연화의 효시(嚆矢)로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고 높은 문화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목판 연화는 새해에 대문이나 창문에 붙여 사용했다. 중국인들에게 새해는 미래를 향하는 새로운 시작이었다. 백성들은 아름다운 연화를 문이나 창문에 붙여서 악한 기운을 쫓고 선한 기운을 받아들이기를 원했고 행복한 미래를 염원했다. 따라서 목판 연화는 백성의 시각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창작한 것이다. 주셴진 목판 연화는 단순히 그림 자체뿐만 아니라 그림에 담긴 과거의 기억과 역사에도 그 가치가 있다.
주셴진 목판 연화는 역사적 맥락에 따라, 중국 2,000여 년의 발전을 거듭하며 중국의 정치, 종교,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방면에 시각적 언어를 담아낸 문화유산이다. 주셴진 목판 연화는 최초 한나라의 도부(桃符, 악귀(惡鬼)를 쫓는 복숭아나무 판자)에서 비롯됐다. 악귀를 쫓아내기 위해서 연화 최초의 이미지인 문신(門神, 대문에 있는 수호신)이 나타났다. 북송 시기에 이르러 제지업(製紙業)과 활자인쇄술(活字印刷術)이 발전하면서 본격적으로 목판 인쇄술이 등장하였으며, 따라서 목판 연화가 등장하기 시작하는 시기였다. 이렇게 시작된 목판 연화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세속화(世俗化)가 진행되면서 연화의 이미지는 무관(武官) 형상의 무문신(武門神)과 문관(文官) 형상의 문문신(文門神)이 나타났다. 명청 시기(1368년~1944년)에 이르러서 주셴진 목판 연화는 전성기를 맞이했고 상업적으로도 크게 번성하였다. 대중문화의 발달에 따라 소설과 희곡이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이러한 트랜드에 따라 소설과 희곡의 이야기를 목판 연화 제작에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근대에 들어서면서 기술 혁명으로 인해 카메라가 발명되고 영화와 인쇄 기술에서 오프셋 인쇄(offset-printing)의 등장으로 목판 연화는 서서히 사양길로 들어서게 되고 대중들에게 멀어져 갔다. 2006년에 주셴진 목판 연화는 국무원(國務院)의 승인을 거쳐 제1차 국가무형문화재에 등재되었고 국가로부터 중요한 무형문화재로 인정되었다.
이런 배경에 따라 최근에 중국은 주셴진 목판 연화의 가치를 후손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카이펑(開封)박물관은 주셴진 목판 연화에 대해 보관 및 전시하고 있으며 일반인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대중들이 박물관에서 연화를 관람할 때 이미지만 보고 피상적인 인상(印象)을 갖기 쉽다. 대중이 연화 도상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연화의 중요한 문화적 의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는 문제가 야기된다. 따라서 중국의 풍부한 역사적 의미를 담은 연화를 현대인들에게 더 널리 알리고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주셴진 목판 연화의 이미지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따라서 본문은 주셴진 목판 연화의 이미지 문화 연구를 통해 시각디자인 분야의 이미지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본문은 파노프스키(Erwin Panofsky)의 도상해석법의 제1단계인 ‘전 도상학적 기술’과 제2단계인 ‘도상학적 분석’을 채택하여, 청나라(1636년~1912년)와 민국 시기(1912년~1949년)의 대표적인 12장 연화 작품에 대해 해석했다. 주셴진 목판 연화의 이미지 언어(Visual Language)는 다양한 초자연적인 힘을 지니고 있는 신이나 사물을 대상으로 상서로운 의미를 표현하는 상징 언어이다. 주셴진 목판 연화의 표현 형식을 보면 전반적으로 상서로운 의미를 반영하고 있었다. 연화 속의 인물은 좋은 운수를 가져다줄 수 있는 신력을 지니고 있었다. 연화 속 인물뿐만 아니라 연화 속 장식 문양도 상서로운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연화에서의 인물과 물건은 다양한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화려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는 새해를 맞이하는 분위기를 표현하고, 상서로운 의미를 표현하기 때문이다.
연화의 시각 문화를 해석할 뿐만 아니라 주셴진 목판 연화의 현대적 활용 방향을 탐구하기 위해서 ‘연화 해부도’를 제시했다. 주셴진 목판 연화란 중국의 수천 년의 역사가 집약된 중요한 문화유산이자 시각언어이다. 연화의 이미지를 감상하는 것보다 연화 속에 숨겨진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더욱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대중에게 어려울 수 있는 목판 연화의 문화적 가치를 이해시키고, 쉽게 접근시킬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사람들은 새로운 이미지를 만났을 때 불편함과 낯섦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낯섦의 대상도 실체를 이해하게 되면 새로운 시각과 관점을 확보할 수 있다. 새로운 세상은 새로운 시각과 관점에서 탄생할 수 있다. 비주얼커뮤니케이션이란 소통의 매개체이다. 이미지란 언어에 비해 직관적이기 때문에 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오해다. 쉽게 보이는 이미지도 다양하고 복잡다단한 의미와 목적을 가지고 제작된다. 시대적 상징성이 반영된 이미지는 필히 당시 사회와 문화를 이해해야만 해석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본 책은 연화의 시각 문화를 탐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각 문화를 이해하는 효과적인 방법과 경로를 제공한다.
2024.08.30
이 책은 기독교신자가 아닌 일반인의 시선으로 문학작품인 시로서 시편을 읽고, 영문 캘리그라피의 여러 서체 중에서 카퍼플레이트 서체 즉 필기체로 필사한 캘리그라피 작품집입니다. 모든 시편을 그대로 따라 쓴 것이 아니라 필자의 시선으로 시를 선택하고 재구성했습니다. 시편의 모든 행을 다 따라 쓰지 않았고, 필요한 문장만 발췌하여 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고른 시편 속의 문장들을 절망의 시, 슬픔의 시, 희망의 시, 구원의 시라는 4가지 주제로 묶어 편집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시편모음집 속의 시들에는 종교적인 의미 보다는 인간이 가장 처절하게 느끼는 절망, 슬픔, 고독, 분노, 원망, 희망, 욕망 등의 감정들이 아주 생생하게 담겨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볼품없는 나를 감싸 안아주는 위로가 되고 힐링이 되었습니다.
"낮이나 밤이나 오래도록 눈물이 나의 양식이었다, 너무 울어서 뼈와 가죽만 남았다, 내 울음을 들어 줘...
2024.04.10
느나엇이 느량 ᄀᆞᆯ암서사, 무슨 의미일까요?
“느나엇이 느량 ᄀᆞᆯ암서사”, 제주말이에요. 뭍의 말로 풀어보면 ‘너나없이 늘 말해야’예요. 말해야, 다음 생략된 말은 무엇일까요? 제주 사람들은 “제주말이 살아난다”라고 채워 넣어요.
제주말, 제주어는 유네스코에서 심각한 소멸위기 언어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제주말을 한국어 원형을 찾아내는 열쇳말이라고 해요. 우리말의 옛 모습을 잘 간직해왔다는 뜻이에요. 그 소중한 원형어 제주말이 사라질 위기라고 국제기구가 진단하고 있어요. 찰칵찰칵, 수천수만 년 제주 사람들이 피워낸 생각이며 느낌, 살림살이, 이야기 모두가 송두리째 사라질 위기라는 거예요.
최근 제주 사람들은 제주어를 이 소멸위기에서 다시 피워내고 지켜가려 애쓰고 있어요. 학교현장에서 제주말을 “느나엇이 느량 ᄀᆞᆯ암서”서 말이에요. 이렇게 한라산 기슭을 타고 번지는 제주말 되살리기 뜻을 소엽 글씨체에 담았어요. 전작 《약글 어때》를 통해 우리 말 속에 담긴 삶의 기운생동을 풀어낸 소엽 신정균 작가가 소엽체 글씨로 막힘없이 제주말을 표현했어요. 삶을 살찌우는 약글을 제주말 글씨로 표현하고 더불어 배움의 의미를 담은 말과 글을 글씨에 담아, 뜻을 더 깊고 넓게 표현해주었어요.
제주어 배움 약글은 제주 사람들, 초중고 학교공동체 모두가 뜻, 마음 담은 글을 보태, 한 글자 한 글자 저자의 붓끝으로 글씨가 되었고, 이 책으로 가다듬어졌어요.
제주어 배움 약글 책은, 송상일 선생의 설문대할망제 고유문을 제주말 글씨로 옮겨 시작해요. 2×2미터 대형 글씨를 제주 풍경 시원한 바람과 함께 펼쳐놓은 김계호 사진가의 사진과, 제주 마음를 노래한 김광협 시인의 시, 제주의 땅과 바람을 노래한 절창을 가려 뽑아 차곡차곡 개켜 넣었어요. 제주 사람들이 제안하는 아흔두 개 제주어 배움 글씨를 통해 제주어가 제주 사람들뿐 아니라, 대한민국과 세계 곳곳에 또렷이 살아 생동하는 언어로 자리매김합니다. 이 책이 그 매개가 되어요.
2024.03.31
손끝에서 다듬은 10년 세월의 연공을 묶어낸 작품집
서예(書藝)를 서도(書道)라 칭하기도 하는 까닭은 절차탁마(切磋琢磨)의 과정을 통해 내면의 공력을 쌓는 쉽지 않은 행위이기 때문일 터이다. 심원(心遠) 정무영(鄭无泳)은 성공적인 일모작(一毛作) 사회생활을 마치고 은퇴 이후를 준비하면서 서예에 매진하여 지난 10여 년 동안 하루하루 쌓아 올린 노력의 결과를 『심원서집(心遠書集)』이란 괄목할 작품집으로 펴냈다.
괵계자(?季子)백반(白盤), 모공정(毛公鼎), 사장반(史墻盤), 석고문(石鼓文) 등 고대의 출토 명문(銘文)은 물론 왕희지, 굴원, 도연명, 이백, 두보, 백거이, 소동파 등 중국의 문장 대가들과 제자백가의 노자, 장자, 논어, 맹자, 반야심경에 이르기까지 명실상부한 금과옥조의 문장을 기본으로 10년이 넘도록 먹을 갈고 붓을 움직여 한 자 한 자 살아있는 작품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2023.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