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made IN jEONJU
손의도시 전주
이 책은 기독교신자가 아닌 일반인의 시선으로 문학작품인 시로서 시편을 읽고, 영문 캘리그라피의 여러 서체 중에서 카퍼플레이트 서체 즉 필기체로 필사한 캘리그라피 작품집입니다. 모든 시편을 그대로 따라 쓴 것이 아니라 필자의 시선으로 시를 선택하고 재구성했습니다. 시편의 모든 행을 다 따라 쓰지 않았고, 필요한 문장만 발췌하여 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고른 시편 속의 문장들을 절망의 시, 슬픔의 시, 희망의 시, 구원의 시라는 4가지 주제로 묶어 편집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시편모음집 속의 시들에는 종교적인 의미 보다는 인간이 가장 처절하게 느끼는 절망, 슬픔, 고독, 분노, 원망, 희망, 욕망 등의 감정들이 아주 생생하게 담겨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볼품없는 나를 감싸 안아주는 위로가 되고 힐링이 되었습니다.
"낮이나 밤이나 오래도록 눈물이 나의 양식이었다, 너무 울어서 뼈와 가죽만 남았다, 내 울음을 들어 줘...
2024.04.10
느나엇이 느량 ᄀᆞᆯ암서사, 무슨 의미일까요?
“느나엇이 느량 ᄀᆞᆯ암서사”, 제주말이에요. 뭍의 말로 풀어보면 ‘너나없이 늘 말해야’예요. 말해야, 다음 생략된 말은 무엇일까요? 제주 사람들은 “제주말이 살아난다”라고 채워 넣어요.
제주말, 제주어는 유네스코에서 심각한 소멸위기 언어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제주말을 한국어 원형을 찾아내는 열쇳말이라고 해요. 우리말의 옛 모습을 잘 간직해왔다는 뜻이에요. 그 소중한 원형어 제주말이 사라질 위기라고 국제기구가 진단하고 있어요. 찰칵찰칵, 수천수만 년 제주 사람들이 피워낸 생각이며 느낌, 살림살이, 이야기 모두가 송두리째 사라질 위기라는 거예요.
최근 제주 사람들은 제주어를 이 소멸위기에서 다시 피워내고 지켜가려 애쓰고 있어요. 학교현장에서 제주말을 “느나엇이 느량 ᄀᆞᆯ암서”서 말이에요. 이렇게 한라산 기슭을 타고 번지는 제주말 되살리기 뜻을 소엽 글씨체에 담았어요. 전작 《약글 어때》를 통해 우리 말 속에 담긴 삶의 기운생동을 풀어낸 소엽 신정균 작가가 소엽체 글씨로 막힘없이 제주말을 표현했어요. 삶을 살찌우는 약글을 제주말 글씨로 표현하고 더불어 배움의 의미를 담은 말과 글을 글씨에 담아, 뜻을 더 깊고 넓게 표현해주었어요.
제주어 배움 약글은 제주 사람들, 초중고 학교공동체 모두가 뜻, 마음 담은 글을 보태, 한 글자 한 글자 저자의 붓끝으로 글씨가 되었고, 이 책으로 가다듬어졌어요.
제주어 배움 약글 책은, 송상일 선생의 설문대할망제 고유문을 제주말 글씨로 옮겨 시작해요. 2×2미터 대형 글씨를 제주 풍경 시원한 바람과 함께 펼쳐놓은 김계호 사진가의 사진과, 제주 마음를 노래한 김광협 시인의 시, 제주의 땅과 바람을 노래한 절창을 가려 뽑아 차곡차곡 개켜 넣었어요. 제주 사람들이 제안하는 아흔두 개 제주어 배움 글씨를 통해 제주어가 제주 사람들뿐 아니라, 대한민국과 세계 곳곳에 또렷이 살아 생동하는 언어로 자리매김합니다. 이 책이 그 매개가 되어요.
2024.03.31
손끝에서 다듬은 10년 세월의 연공을 묶어낸 작품집
서예(書藝)를 서도(書道)라 칭하기도 하는 까닭은 절차탁마(切磋琢磨)의 과정을 통해 내면의 공력을 쌓는 쉽지 않은 행위이기 때문일 터이다. 심원(心遠) 정무영(鄭无泳)은 성공적인 일모작(一毛作) 사회생활을 마치고 은퇴 이후를 준비하면서 서예에 매진하여 지난 10여 년 동안 하루하루 쌓아 올린 노력의 결과를 『심원서집(心遠書集)』이란 괄목할 작품집으로 펴냈다.
괵계자(?季子)백반(白盤), 모공정(毛公鼎), 사장반(史墻盤), 석고문(石鼓文) 등 고대의 출토 명문(銘文)은 물론 왕희지, 굴원, 도연명, 이백, 두보, 백거이, 소동파 등 중국의 문장 대가들과 제자백가의 노자, 장자, 논어, 맹자, 반야심경에 이르기까지 명실상부한 금과옥조의 문장을 기본으로 10년이 넘도록 먹을 갈고 붓을 움직여 한 자 한 자 살아있는 작품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2023.12.22
이유수(李惟秀)의 시고(詩稿)와 간찰(簡札)
이 책은 한국고간찰연구회에서 발간하는 초서독해시리즈 제13집으로 본 연구회의 명예회장인 이광호 교수가 소장하고 있는 이유수(李惟秀, 1721~1771)의《시축(詩軸)》 2권과 《간첩(簡帖)》 1권을 탈초하고 현대어로 번역 출간하게 된 것이다.
이유수는 조선 영조 때 문신이다. 본관은 전주(全州)이고 초명은 유목(惟穆), 자는 심원(深遠), 호는 완이(莞爾)이며, 시호는 정익(貞翼)이다. 할아버지는 정욱(廷煜)이고, 아버지는 서윤(庶尹) 이재(李在, 1696~1764)이며, 어머니는 윤세위(尹世緯)의 딸이다. 1747년(영조23) 정시문과에 장원급제하여 내직으로 사간원, 사헌부, 홍문관, 승정원의 청요직을 두루 거쳐 대사간, 대사헌, 한성부 우윤, 형조 판서 등을 역임하였다. 외직으로는 안동 부사(安東府使), 충청도 관찰사 등을 역임하였고, 1754년(영조30)에는 사은사의 서장관으로 청나라에 다녀왔다.
《시축詩軸》은 두 권으로 5언시와 7언시가 70여 수 실려 있다. 이 시첩은 이유수가 젊은 시절 부친 이재를 비롯하여 당대의 문인인 이기중(李箕重, 1697~1761), 이태중(李台重, 1694~1756), 채희범(蔡希範, 1704~?) 등과 여러 차례 어울리며 지은 시고가 수록되어 있다. 제작 시기는 이재가 28세 때 제천 현감(堤川縣監)으로 재임하던 1749년(영조25) 10월부터 33세 되는 1754년(영조30) 4월 사이에 지어진 것으로 최소한 6~7회에 걸쳐 시회를 열면서 그때마다 제시된 운자에 따라 지어진 시들을 모은 것이다.
원첩은 장황(裝潢)하는 과정에서 시고가 규칙 없이 뒤섞여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시의 운자와 내용에 따라 모임별로 재배열하였다. 그리고 이 시첩에는 이유수의 아우 이유년(李惟年, 1729~1756)이 서적을 애호하며 지은 12편의 시와 몽와(夢窩) 김종수(金鍾秀)의 발문이 실려 있어 맨 마지막에 실었다.
《간첩簡帖》은 단권으로 친지들에게 보낸 편지 39통이 수록되어 있다. 절친인 단릉(丹陵) 이윤영(李胤永, 1714~1759)에게 보낸 편지가 가장 많고, 이어 아우 길(吉)에게 보낸 편지도 다수 수록되어 있으며 미상인의 편지가 1통 실려 있다.
여기 수록된 이유수 편지의 연대는 상한선은 1751년(영조27)이고 하한선은 1757년(영조33)으로 6년에 걸쳐 보낸 편지들이다. 이윤영은 1751년(영조27)에 부친 이기중이 단양 군수로 부임하자 단양의 사인암(舍人巖)에 집을 마련하여 1755년(영조31)까지 약 5년에 걸쳐 은거하였다가 다시 서대문 밖 서지(西池) 부근으로 되돌아갔는데, 이유수가 보낸 편지는 이 즈음에 걸친 것이 대부분이다. 아우 길에게 보낸 것은 집안의 대소사를 의논하거나 지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간첩》의 배열은 장황되어 있는 순서 그대로 실었다.
2023.10.20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13년 만의 완간!
‘한국미술 전도사’ 유홍준, 한국미술사의 새 기준을 제시하다
2010년 첫 번째 권의 출간 이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가 제5권과 제6권의 동시 출간으로 13년 만에 완간되었다.
‘한국미술 전도사’를 자임하는 유홍준 교수가 집필한 이 시리즈는 총 6권, 모두 합치면 25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 2650여 개의 도판이 실려 있다. 제1권 ‘선사, 삼국, 발해’편을 시작으로 제6권 ‘조선: 공예, 생활·장식미술’까지 한국미술사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은 물론, 각 시대를 대표하는 명품들을 빠짐없이 실었다.
그간 한국미술사의 특정 시대 혹은 한 분야에 집중한 책은 여럿 있었으나, 이렇게 한 명의 저자가 일관된 시각으로 한국미술 전반을 다룬 통사를 쓴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점에서 이번 완간의 의미는 더욱 크다. 그간 학계가 축적한 연구 성과의 집대성이기도 한 이 시리즈는, 향후 한국미술사의 기준이 될 것이다.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제6권은 조선시대 공예를 다루었다. 공예는 삶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한 인간 노력의 산물이다. 이 책에서는 조선시대 공예를 사용자를 기준으로 왕실공예, 규방공예, 선비공예, 민속공예의 네 개 분야로 나누어 각 분야마다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익명성 때문에 미술사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지지 못했던 장식화, 민화 그리고 자수까지 ‘생활·장식미술’이란 이름으로 미술사의 체제로 편입하였다.
2023.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