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made IN jEONJU
손의도시 전주
어린 시절
저는 푸른 바다가 아름다운 항구의 도시 여수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릴 적부터 뱃고동 소리가 울려 퍼지는 바다와 수많은 섬이 제 생활 가까이에 있었죠. 이런 환경에서 성장하다 보니 자연에 대한 생각과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자연은 저에게 깊은 영감과 동력을 주는 존재가 되었어요.
공예 입문 계기
1976년 결혼하며 전주 한옥마을에 정착했습니다. 당시 시아버님을 비롯한 시댁 어르신들이 한옥마을 일대에서 섬유방직공장을 운영하고 계셨는데요. 그분들의 영향으로 섬유를 접했고 비슷한 시기 한지에 대한 관심도 갖게 되었어요. 당시만 해도 뭔가를 배우기에는 늦은 나이라고 여겼던 불혹에, 섬유 공예를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주체할 수 없었던 미적 호기심 덕분에 늦게나마 이론적인 체계를 갖출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교동미술관
교동미술관은 2007년 4월 소통을 모토로 문을 열었습니다. 시댁 어르신들이 운영하던 공장이 팔복동으로 이전하게 되어 처음엔 그 공간을 개인 작업공간으로 사용하려다가 마음을 바꿔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조성했습니다. 그리고 작가들뿐 아니라 시민들이 예술을 더욱 가까이 접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운영 중입니다.
나의 작품
초기에는 한지가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물성에 매료되어 한지를 활용한 작품 활동에 몰두했습니다. 한지공예와 염색, 직조 기법을 접목한 타피스트리(Tapestry) 작품을 주로 선보이며 자연의 이미지를 형상화했어요. 자연이 품고 있는 생명의 본성과 자연과 삶 속에서 깨달은 소회 같은 것들도 담아냈습니다. 그 속에 등장하는 산과 나무 등은 오래전 전주 한옥마을에 대한 그리움을 상징합니다.
구체화된 형태로 보이지는 않겠지만 저는 작품 속에 늘 제 자신이 존재한다는 생각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물리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부분을 작품 속에 담아 우리가 사는 세상의 관념을 이야기하는 게 제가 작품을 만드는 방식이고 이유입니다. 저는 작품을 통해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절망하는 분들에게 격려와 치유(Healing)의 메시지를 계속 전하고 싶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 삶도 치유받고 있고요.
『그녀의 한지 태피스트리는 처음에는 단단하나 무표정의 공허한 평면으로 시작되다가 다음 단계에서는 섬유질의 정교하고 연약한 실선들이 가로, 세로, 혹은 대치한 대각의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반복 배열 되거나 물질의 중첩과 응결되는 작용을 살려 화면에 리듬 있는 파문과 함께 미묘한 명암의 변화를 연출해낸다.』
김선태 미술평론집 <채움과 비움>
염색에서 한지까지 전통과 현대의 조화 – 치유의 미학 中 발췌
앞으로의 계획
작가로서는 지금까지처럼 소외되고 잊히는 것들, 우리 주변의 인연들과 자연에 대한 감흥을, 한지·섬유를 넘어 다양한 소재를 통해 폭넓게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또 예술가와 대중이 소통하는 공간을 운영하는 운영자로서는 지역 문화예술계의 소통 창구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자 합니다. 또한 묵묵히 창작에 몰두하고 있는 동료이며 선후배인 예술가의 삶에 미약하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나누는 삶에서 끊임없는 행복을 찾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