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made IN jEONJU
손의도시 전주
공예의 시작
저는 직장 동료가 동양화와 목공을 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목공예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취미 삼아 목공을 시작했습니다. 오랜 시간 회사 생활만 해왔던 터라 나무를 붙잡고 몸을 써서 몰입한다는 데 재미를 느꼈습니다.
돌이켜 보면, 어렸을 때 썰매나 스케이트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하면 할아버님께서 뚝딱뚝딱 만들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손재주가 좋으셔서 뭐든 만드는 걸 즐기셨거든요. 그 모습이 저에게도 영향을 준 거 같아요. 물려받은 재주도 있겠지만 저는 그보다 할아버님이 계속 뭔가를 만드시는 걸 보면서 성장한 게 손수 뭔가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게 아닐까 합니다. 어떤 구조와 일련의 과정을 거쳐 결과물로 만들어지는 걸 봐왔으니까, 두려움 없이 자연스럽게 이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요.
나에게 목공이란
최근에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58호 김종연 선생님께 목공을 배우고 있습니다. 직장을 다니다 보니 시간이 날 때마다 공방에 나가 선생님이 작업하시는 모습을 보며 배우기도 하고, 제 작업도 하고 있어요. 직장과 병행하고 있다 보니 힘든 점도 있지만 작업은 언제나 재밌습니다. 한 점 두 점 다듬고 만들다 보니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겨 더욱 열심히 작업하는 중이에요.
현재 제가 가장 많이 하는 작업은 벼락 맞은 감태나무로 지팡이를 만드는 것입니다. 감태나무는 연수목(延壽木)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이는 수명을 연장시켜주는 나무라는 뜻입니다. 지팡이의 주 사용자가 연세 든 어르신들이라 이렇게 불리는 것이겠지요. 지팡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연수목을 찾아야 합니다. 저는 직접 산에 다니면서 채취하는 방식으로 구하는데요. 채취 시기는 10월에서 다음 해 3월까지 정도로 봅니다. 비교적 꼿꼿하게 뻗어 지팡이에 적합한 감태나무를 찾아야 합니다. 지팡이를 만들기 부적합하다고 하더라도 안마봉이나 지압기로 만들 수 있다면 채취합니다.
연수목 지팡이 만들기
채집이 끝난 연수목은 일정 시간 건조과정을 거친 후 삶습니다. 제가 지팡이를 만들 나무를 삶는다고 말하면 보통은 상상을 못 하세요. 일반적으로 삶는다고 하면 물속에 잠기는 것이 연상되기 때문일까요. 저는 이 나무들을 세워 고정시키고 찜통 위에 다른 기구를 올려 높이를 약간 연장해요. 김이 새지 않도록 젖은 수건과 마른 수건도 적절히 활용하고요. 일종의 굴뚝 형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때 나무 가장 위쪽을 덮어주면, 물속에 잠겨있는 연수목의 두꺼운 부분은 삶아지고 위쪽은 쪄지는 것이죠. 이 방식은 제가 목공을 시작하고 만난 여러 선생님의 가르침을 통해서 배웠고 그 과정에서 제가 터득한 것들과 합쳐져 지금과 같이 하고 있습니다. 배움이라는 게 끝이 없으니 이게 끝이라는 생각보다는 앞으로도 더 완전한 작품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 합니다.
하나의 지팡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채취를 시작으로 삶고, 펴고, 건조하고, 파고, 다듬고, 사포질하고, 여러 번의 염색과 옻칠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긴 기다림과 갈고 닦는 시간을 견뎌야 하는 이 과정은 때로 저의 삶 같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
작업에 집중하면 머릿속을 부유하는 생각이 사라져요. 칼과 같은 도구를 이용해 작업하는 만큼 언제든 사고가 날 수 있어요. 작업 이외에 다른 것을 떠올리는 건 위험한 일입니다. 몰두하다 보면 누군가 말을 걸어도 놓칠 때가 있는데요. 오롯하게 작업하는 시간에 느끼는 만족감이 제가 이 일에 빠져들었던 이유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저는 목공을 시작한 지 겨우 몇 년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배우고 있고 배워야 하는 단계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공예뿐 아니라 다양한 디자인 제품과 예술품을 찾아보려 노력하고 있고요. 어떻게 만들어야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지금 배우는 조각을 더 연마해 제 작품에 창의적으로 적용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자연친화적 소재에 저만의 아름다운 조각을 곁들여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