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made IN jEONJU
손의도시 전주
민화의 시작
저는 사실 회계학을 전공하고 마흔까지 회계일을 했어요. 주거지도 서울이었고요. 그리고 남편의 고향 근처로 이주하면서 전주로 오게 된 거죠. 그렇게 지내던 중 7년 전 중학생이 된 아이의 학교 학부모 모임에서 알게 된 지인의 추천으로 민화를 접했어요. 제 나이 쉰에 가볍게 시작한 일이었는데 상당히 흥미를 느껴 꾸준히 배웠어요. 이 과정에서 단체전도 하고 개인전도 열면서 민화에 더욱 매료되었고요. 민화를 그릴 때면 저는 정말 시간 가는 줄을 몰라요. 지금 와 돌아보면 저를 위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취미나 만들까 하고 했던 일이 이제는 제 직업이 되었네요.
민화의 매력
도안을 바탕으로 채색하는 민화는 재현 예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처럼 전공자가 아니어도 원한다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똑같은 색으로 칠해도 결과물이 달라져요. 같은 도안이라도 칠한 사람의 수만큼 다른 분위기의 민화가 나오는 것이죠. 그게 민화의 매력이에요. 그런 측면에서는 개인마다 타고난 미적 감각에 분명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있죠.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전공자는 아니었지만 색감에 대한 저만의 감각은 있었는지 주변에서 칭찬도 듣고 공모전에 나가 다수의 상도 받으며 응원을 많이 받았어요.
민화를 시작한 지 7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배울 게 많아요. 시간이 많이 흘렀고 열심히 그려왔으니까 혼자 어느 정도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저 스스로는 미흡하고 부족한 게 보여서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작업
민화는 그 자체로 작품이지만 민화를 활용한 다양한 생활용품과 가구도 만들고 있어요. 지난봄, 전시에서 선보였던 화초장(花草欌)이 판매되었는데 그 작품을 보신 다른 분께서 같은 걸 주문하셔서 현재 그 작품 제작하고 있어요. 화초장은 오동나무로 가구를 짜서 문에 목단이나 연화도를 그려 넣는데 나무향이 은은하게 퍼져서 고풍스러운 멋이 살아 있는 가구예요. 사실 화초장을 만들면서 저는 딸을 시집보낼 때 혼수로 사부인에게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아마 딸을 향한 제 온 마음이 담긴 작품이었기 때문인지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던 게 아닌가 싶어요. 대량으로 제작할 수 없다 보니 이렇게 주문이 들어오면 작업을 시작해요. 가구는 규모도 있고 채색 외에 다른 과정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몇 개월이 걸려요. 오랫동안 열정을 쏟아야 하는 작업이죠.
민화를 시작하고 기억에 남는 일
4년 전 열었던 회원전에서 제 작품을 보고 한눈에 마음에 든다며 구매하신 분이 있었어요. 서울에서 전주로 여행 오신 분이었는데, 그때 전시 준비를 하고 있을 때라 작품이 제대로 걸려있지도 않았거든요. 돈보다는 수많은 작품 속에서 제 작품을 알아봐 주신 것이 진심으로 감사했어요. 제 작품을 좋은 눈으로 바라보고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해주시는 분들께 항상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사실 오십 대가 되어서 무엇인가를 새롭게 도전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가 않잖아요. 저한테 이런 재능이 잠재되어 있었다는 걸 발견하게 해 준 민화가 고맙고,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
그동안은 꽃이 등장하는 민화를 많이 그려왔어요. 앞으로는 행렬도와 전통 혼례 같은 작품을 그려볼까 구상 중입니다. 그 작품으로 공모전에도 계속 응모할 생각이고요.
또 최근에 저에게 민화를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들께서 이제 개인 공방을 마련하고 강의도 하고 판매도 할 수 있는 공간을 열 때가 되었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사실 저는 아직 준비가 덜 된 거 같고 누군가를 본격적으로 가르친다는 것이 부담스럽거든요. 물론 언젠가는 당연히 제 공간을 갖고 싶어요. 또 지금 원데이클래스 형식의 짧은 강의가 아니라 시간을 들여 깊이 있게 진행할 수 있는 수업도 해보고 싶고요. 아름다운 우리 민화를 더 널리 알리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