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공예의 시작

저는 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애니메이션 회사를 다녔어요. 금속공예와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었죠. 그런데 직장 동료 중에 도자기를 이용해 주얼리를 제작하시는 분이 있었어요. 어느 날 그분을 도와 만들고 판매도 해보면서 공예 작업에 흥미를 느꼈어요. 뭔가를 만드는 일을 좋아했던 게 영향을 미치기도 했고요. 나중에 이 일로 접어들면서 금속공예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금속공예

금속공예는 금속이 가진 단단한 속성을 톱과 불을 이용해 자르고, 두드리고, 때우는 과정을 통해 머릿속으로 그리던 형태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요. 그렇게 만든 걸 누군가 착용하고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 희열을 느껴요. 유행에 따라 패션은 끊임없이 변하잖아요. 물론 액세서리도 트렌드가 있죠. 비슷비슷해 보이는 의상들 속에서 작은 액세서리는 지나쳐버리기 쉽지만 반대로 그게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런 걸 찾는 걸 좋아하고요. 다양하게 시도를 안 하시는 분들은 어떤 게 자신과 맞는지 모를 수도 있거든요. 제 추천을 받고 만족해하시는 분들을 보면 저도 뿌듯하죠.

현재의 나

처음에는 전주 고사동 쪽에서 작은 액세서리 매장을 운영했어요. 꽤 긴 시간 같은 자리에서 열심히 했어요. 그러다 코로나19로 거리에 사람이 없어지면서 매장도 힘들어졌어요. 그런데 저에게는 그 시기가 변화를 위한 계기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어요. 그 무렵 저는 그곳에서는 한 단계 더 도약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이전 매장은 작업 공간도 판매 공간도 다소 협소했어요. 최근에 중화산동 현재 매장으로 이전하면서 공간도 넓히고 작업 공간도 제대로 만들었어요. 예전보다 유동 인구가 많은 동네는 아니지만 작업 공간을 충분히 누릴 수 있어서 만족해요. 공간이 분리되어 있으니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작업에 오롯하게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저는 자연의 형태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많이 얻어요. 예를 들면 나뭇가지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리면 목걸이 귀걸이 등에 그 형태를 녹여내고 탄생석을 더해주는 거죠. 그렇게 만들어진 목걸이가 전주공예품전시관에서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일

고사동에 있을 때는 전주국제영화제 기간이 되면 타지에서 오시는 분들이 아무래도 늘었어요. 그중에서도 해외 초청 게스트가 매장에 오셨던 적이 있어요. 집에 있는 가족들을 위한 선물을 사러 오셨다고 했는데 제가 카드결제를 급하게 하다가 결제금액을 잘못 눌러 결제를 두 번 하는 해프닝이 있었어요. 그분은 영화제 내내 저희 매장을 지나실 때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셨죠. 그런데 다음 해에도 그다음 해에도 영화제 때마다 가족들을 위한 선물을 사러 오셨어요. 누구라도 계속 찾아주시는 분은 언제나 감사하죠. 제가 만든 결과물에 대한 만족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그분은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 오셨다고 한 기억이 있어서인지 특별히 더 기억나고 감사해요. 먼 나라에서 전주에 오실 때마다 기억하고 찾아주신다는 게. 그런데 코로나19 이후로 영화제가 온라인 상영 등으로 축소 진행되면서 인사도 하지 못하고 가게도 옮기게 되어 참 아쉽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저는 오랜 시간 오프라인 위주로 일을 해왔어요. 그런데 요즘은 온라인 홍보 없이 뭔가를 한다는 게 힘든 시대 같아요.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매장 이름으로 된 SNS와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데, SNS를 보시고 연락을 주시거나 매장을 찾는 분들이 계세요. 온라인의 힘을 느끼고 있어요. 현재는 홈페이지에 상품이 올라가 있긴 하지만 관리에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활발하게 하고 있진 못하거든요. 앞으로는 제 작품을 더욱 적극적으로 보여드리고 판매를 위한 창구로 열심히 활용해보려고 합니다. 또 혼자 하는 작업에 익숙하다 보니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다른 공예를 하는 작가분들과 함께하는 작업에도 도전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