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made IN jEONJU
손의도시 전주
공예의 시작
이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도자기를 좋아했어요. 본격적으로 도자기를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직장에 다니고 있다 보니 시간 제약이 있었죠. 그러던 중 주말이라도 흙을 만지고 살고 싶다는 생각에 저의 스승님께 부탁드려서 도자기를 배우게 됐어요. 도자기 만드는 일에 푹 빠질 때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내내 공방에만 있을 정도였어요. 흙을 만지고 있다보면 마음이 안정되면서 스트레스도 없어지는게 참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나에게 도자기는
저는 물레를 이용하지 않고 흙을 조금씩 쌓아 구조를 만드는 방식으로 도자기를 제작해요. 손으로 단을 쌓는 건 간단치 않아요. 두께를 알맞게 맞춰줘야 하고, 사이사이 건조 과정이 필요해 기다림이 필수입니다. 또 날씨 영향도 커서 상황에 따라 건조 시 관리 방법이 조금 달라요. 물레에 비하면 생산량도 더디고 조금 투박하게 만들어지지만 저는 조금 느리더라도 직접 하나하나 쌓아 올리는 지금의 방식대로 만들 생각입니다.
제가 흙을 만지는 대로 유일무이한 새로운 무언가가 만들어진다는 게 참 좋아요. 특히 도자기는 무엇인가를 담는 기구잖아요. 초기에 저는 뭔가를 담을 수 있는 도구로써의 도자기에 흥미를 느꼈어요. 음식을 담고 있는 도자기가 얼마나 아름답게 보였는지. 그 안에 음식과 함께 정성과 마음도 담겨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공방 이름도 ‘담공방’이라고 지었습니다. 이게 저만의 생각은 아닌지 도자기를 배우러 오시는 분들 중에는 새 식구를 맞이하면서 직접 만든 그릇에 예쁘게 담아주고 싶어 만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종종 있어요. 저는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아니까 너무 따뜻해지죠.
‘담공방’에서는
첫 공방은 같은 건물 2층에 작은 공간에서 시작했어요. 만든 작품들이 쌓여가면서 더 넓은 공간이 필요했고 또 작업량이 많다 보니 개인 가마도 놓고 싶어서 더 넓은 1층으로 옮기게 됐습니다. 공방이 대로변이 아니라 안쪽에 있기 때문인지, 사람들은 이런 공간이 있다는 걸 잘 상상하지 못하세요. 몇 걸음만 더 들어오면 이렇게 조용한 골목이 있고, 도자기도 구경하고 체험하실 수 있는 공간도 있는데요. 저는 이 공방이 누구든 와서 차 한잔 할 수 있고, 도자기도 만들어 보고 하는 편안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도자기 강의를 하다 보면 어린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나거든요. 도자기에 관심이 없는 어린아이들도 흙을 조금씩 나눠주고 조물조물 만지다 보면 금방 흥미를 느끼고 좋아하더라고요. 강의할 때 저는 가르친다기보다는 나이에 상관없이 도자기와 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작업한다고 생각하면서 해요.
주로 만드는 작품
앞서 말했지만 음식을 담고 있는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탓에 식기를 많이 만들어왔어요. 밥그릇, 국그릇, 접시 같은 기본 식기들을 꾸준히 만들었죠. 최근에는 브런치에 사용하는 나무 도마를 대체해 활용할 수 있는 트레이를 만들고 있습니다.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손잡이도 추가했고요. 변화된 생활에 따라 제가 만드는 도자기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어요. 이 외에도 화병과 화분, 수반 같은 것들도 만들고 있어요.
기억에 남는 일
도자기를 만들면서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마치 제 성장의 인큐베이터 같은 존재라고 할까요. 몇 해 전에는 센터장님이 퇴임하시면서 제 도자기 100개를 주문해 직원들에게 선물하셨어요. 저에게는 칭찬과 용기를 북돋아 주셨고요. 소중한 분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제 작품을 주문해주신 센터장님의 마음에 대해 지금까지도 곱씹어 생각해요. 진심으로 이 일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고요. 다른 하나는 제가 ‘전라북도 관광기념품 100선’에 선정되었으면 하는 목표가 있었는데 2022년에 드디어 이뤘습니다. 좋아서 해왔던 일에 새삼 격려를 받은 것 같아 감사하고 뿌듯합니다.
도자기를 좋아하는 마음이 지금에 이르게 했어요. 공방의 존재가 저한테는 ‘감사’ 그 자체이고 이곳에서 일어난 일이 다 소중합니다. 도자기를 시작한 이래 나쁜 기억보다 즐거운 기억이 더 많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일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