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made IN jEONJU
손의도시 전주
섬유공예의 시작
공예를 시작하기 전 저는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정보통신 네트워크, 웹디자인, 그래픽디자인 기획·편집 등의 일을 하다가 더 창의적인 일을 해보고 싶다는 고민 끝에, 2000년도에 천연 염색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임실군 오수에서 어머니가 직접 베를 짜고 치자물을 들이는 모습을 보고 성장한 탓에 천연 염색이라는 게 정서적으로 낯설지 않았어요. 다만 조금 늦게 시작했다는 생각에 제대로 하고 싶어서 관련한 공부도 다시 하며 부단히 노력했고, 현재까지 섬유 공예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천연염색
화학 염색도 색이 예쁘죠. 그런데 천연 염색은 깊이가 있어요. 긴 시간을 들여 정성을 다한 후에 얻을 수 있는 빛깔이죠. 천연 염색으로 곱고 깊이 있는 색을 만들어 내기까지 철저한 과정을 거쳐야 해요. 원단의 질과 무게에 따라, 염료의 종류와 비율을 정확히 계산해야 해요. 작은 차이에도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자연의 일부인 양 자연스러운 색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정량화된 수치가 필요한 것이죠. 그 매뉴얼이 제 작업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천연 염색이라고 하면 어쩐지 느릿한 여유가 느껴진다고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작업실에 나가 염료를 적절히 배합하고, 끓이고, 염색하고, 염색된 천을 그늘에 널어 건조하는 일상을 반복합니다. 이게 저의 일이니까요. 천연 염색 공예가는 제대로 된 빛깔을 만들어 내려면 부지런해야 해요.
나의 작품
천연 염색으로 자연의 색을 디자인해 ‘천연의 빛’이라는 이름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 전통을 기반으로 현대에 맞게 재해석해 디자인한 생활용품과 인테리어 소품 등도 제작하고 있고요. 작품 속에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숨결을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예품은 다른 상품과 달리 작가의 의도와 지역의 정서가 들어간 문화상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제 작품은 전통적 조형 요소 중에서 조각보와 전통 창호의 면 구성과 색채를 모티브로 만들어져, 예술성과 기능성을 겸비하고 있어 일상생활에서도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특히 모티브가 되는 조각보와 전통 창호에서 대중의 감성 요인을 짚어내고, 창호가 주는 상징성과 구조적 형태를 파악해 새로운 패턴을 창작함으로써 공예품의 기능적인 역할과 함께 심미적인 부분까지 표현하고 있습니다.
애착이 가는 작품
사실 천연 염색한 원단은 그 자체로 작품이기도 합니다만, 이를 바탕으로 테이블 러너, 가방, 앞치마, 스카프, 가방 등 다양한 공예품을 만들기도 해요. 그중에서 저는 문 발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옥, 아파트, 단독주택, 사무실 등 어떤 공간이든 어울리는 문 발. 문이나 창문 앞에 걸면 시원한 바람과 은은하게 스미는 자연의 빛을 느낄 수 있지요. 시각적 안정감과 함께 공간에 여유와 운치를 더하는 제품입니다. 한옥에만 어울릴 거라는 편견을 뒤로하고 제가 만든 다양한 공예품들이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사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는
이 일을 시작한 지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무엇보다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 일을 시작했던 그때의 마음으로, 우리 정서에 부합하면서도 작가로서의 정체성과 에너지가 제대로 표현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이 분야에서는 대체 불가의 작가로 계속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