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made IN jEONJU
손의도시 전주
나의 작업
전통미가 뛰어난 목공 작품이라도 표현 방법이 현대적이지 않거나 새로움이 없다면 현실 생활과 어우러지지 못하고 유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실생활에 이질감 없이 섞이면서 동시에 전통가구 고유의 소재 혹은 특징을 포착해 살릴 수 있는 가구를 만드는 게 관건입니다. 이런 가구를 만들어 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작업 중 하나가 디자인을 기획하는 단계예요. 이 부분을 특별히 강조하고 싶습니다. 원하는 형태를 전통 짜임 기법을 활용해 독창적으로 표현해 내기 위해 애쓰는, 제작만큼이나 어렵고 갈등도 많은 과정입니다. 또 결과물이 위치할 공간과의 조화도 고려해야하고요. ‘검이불루 화이불치’(俭而不陋 华而不侈)의 정신을 늘 생각 해요.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게. 전통가구의 비례미와 간결한 면 분할을 통한 단순미를 추구하면서 고전 양식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목가구의 자연미를 작품을 통해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나무에 대하여
나무는 다루기 어려운 공예 소재 중 하나입니다. 물성이 동일해 변수가 많지 않은 재료와 달리, 나무는 한 나무에서도 조직·결·색·경도·응력 등의 물성이 제각각입니다. 이 이방성(異方性) 때문에 작업이 까다로운 것입니다. 또 규격의 제한도 있고요. 길이는 비교적 덜 하지만 직경에 제한이 있는 탓에 나무를 다루는 정밀한 짜임과 이음 같은 결구 방식이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건조가 완벽하지 않을 때도 문제가 됩니다. 가공 후 갈라지거나 휘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니까요.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결이 아름답지만 변형이 잦은 판재와 결이 곧아 기둥재 등으로 쓰이는 각재를 접합하는 기법도 발전한 것이겠지요.
법고창신
디자인 기획부터 완성까지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반년까지 작업시간이 소요됩니다. 모든 과정에 제 손이 닿아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물리적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모든 작품이 기억에 남고 소중하지만 특히 2013년과 2014년에 제작했던 두 작품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의미로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규모가 꽤 큰 작품으로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고 완성도면에서도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꾸준히 활동해 왔지만 아직은 대중들과 친숙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형태와 기능을 갖춘 작품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목가구의 매력을 알리고 싶습니다. 나무는 재료와 작업의 특성상 단기간에 대량의 작품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준 높은 문화와 감성을 담아 질적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성실하게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결국 제 작품의 예술적 가치를 상승시키고, 오랜 시간 보존될 수 있는 생명력 또한 담보할 거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전통은 멈추거나 고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당대의 특징을 담아 흐르는 것이지요. 앞으로도 이 시대의 조형미를 보여주는 품격 있는 작품을 만들며 미적 경험을 쌓아 저만의 세계가 확고한 목가구를 제작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