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made IN jEONJU
손의도시 전주
단선의 시작
공예 학원을 운영을 하다 보니 공예협동조합에 가입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공예에 이제 막 입문한 사람이라 이쪽 일을 잘 모르니까 고민만 하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방화선(선자장,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10호) 선생님께 여쭤보면 알려줄 거라는 말을 듣고 찾아갔어요. 이 우연한 만남이 제 인생을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이끌었습니다. 선생님 공방 근처에 다다르니 ‘톡, 톡’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대나무를 쪼개 만든 살을 놓는 소리였어요. 처음 들어보는 낯선 그 소리가 그렇게 좋더라고요. 관심이 생겨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부채를 해보지 않겠냐고 물으셨어요. 그 뒤로 몇 번 더 선생님과 만났고 1호 제자가 되었습니다. 옆에서 일을 도와주시는 분들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단선(團扇)을 배우기 시작한 건 제가 처음이었어요.
나린선
하늘에서 내린 부채라는 의미의 나린선은 방화선 선생님의 부채를 좋아하고 또 배우는 제자들로 이루어진 동아리예요. 매주 한 번씩 만나서 함께 재료를 준비하기도 하고, 선생님께 배우며 작업하는 시간을 갖기도 해요. 최근에는 지역을 상징하는 상품에 대한 요구가 있어서 한옥을 모티프로 한 부채를 만들어 보고 있습니다.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다
체험은 직접 살을 놓는 것을 시작으로 전 과정을 해보는 듸림부채 만들기와 살이 놓인 선면에 태극을 붙이고 답선·도련·변선을 둘러 손잡이를 붙이는 태극부채 만들기, 두 종류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시간이 더 걸려도 체험이니까 전 과정을 해보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직접 해보면 부채가 어떤 구조로 만들어져 있는지 알 수 있고, 또 하나하나 자신의 손으로 만든 물건의 특별함을 느껴보는 게 체험의 목적이기도 하니까요. 초등학생, 교사, 학부모, 외국인 등 정말 다양한 분들을 만나 부채 만드는 법을 강의하고 있는데요. 몇 해 전 한벽문화관에서 해외 입양인들을 대상으로 했던 강의는 잊을 수 없을 거 같아요. 수업을 잘 마치고 마무리하는 타이밍에 누군가 ‘아리랑’을 부르자고 제안했어요. 노래를 부르는데 모두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어요.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고 싶어 오신 분들과 이런 교감을 할 수 있었다는 건 전통 부채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참 특별한 경험이라 생각합니다.
전주 부채의 맥
태극단선, 까치태극선, 상선, 문양선 외에도 민화를 그려 넣거나 수를 놓는 부채까지 다양한 부채를 만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 노력하는데요. 2019년 한지공예국제교류전에서 소개한 작품 중 홍색과 청색 바탕에 학을 표현한 [흉배선], 경기전에 모셔진 태조 어진 뒤 부채를 모티프로 용과 봉황을 그린 [용선]과 [봉선] 같은 작품들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저는 여전히 배우는 단계예요. 아직도 배워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처음 부채를 배울 때 살 놓기를 천 개 이상은 해봐야 한다고 하거든요. 잘 만들기
위해서는 계속해보는 방법뿐이더라고요. 전주 부채의 맥을 제대로 이어나가기 위해서 더 성실하게 배움을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