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made IN jEONJU
손의도시 전주
단청
보통 단청은 건축물(궁, 사찰, 서원 등)에 도채하는 것을 말하는데, 더 넓은 범주로 보자면 공예품이나 조각물 등에 칠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예로부터 단청은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만을 위해서 하는 건 아니었어요. 목재로 지어진 건축물은 아무래도 비바람과 병충해 피해를 입기가 쉽거든요. 이걸 방지하고 보호해 주는 효과가 있었던 것입니다. 들어가는 문양은 건축물의 격과 쓰임에 따라 다릅니다. 꽃, 용, 봉황, 기린, 기하학무늬 등 상징하는 의미도 제각각이고요. 또 지역·시대에 따라 색채에도 차이가 발견됩니다. 남쪽으로 갈수록 따뜻한 색을 북쪽으로 갈수록 차가운 색을 즐겨 사용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날씨의 영향도 쉽게 받기 때문에 마르는 속도를 계산하면서 작업해야 합니다. 공기에 노출된 안료의 색 변화를 민감하게 체크하며 속도감 있게 칠하는 게 좋아요. 이렇게 많은 것들을 고려하면서 작업에 임해도 늘 변수는 있어요. 일하면서 몰랐던 것들을 우연히 알게 되는 재미도 있습니다.
나의 작업
화공기능자로 활동하다 보니 대중들에게 단청을 더 알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우리 생활 속에서 언제나 쓸 수 있는 것들과 단청이 어우러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다양한 장르의 공예와 컬래버를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실용적인 공예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요. 몇 해 전부터 전북의 문화재를 기록하자는 목적으로 ‘모사 전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1년 풍남문 단청을 필두로 2022년 화반, 2023년 경기전 단청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각 전시에서는 각각의 문양을 활용한 가방, 쿠션, 컵받침, 문구류, 액자, 유리컵 등 실용적인 생활 소품을 개발해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동료들과 풍남문 단청 모사
대한민국의 보물 제308호 전주 풍남문 천장에 그려진 주작을 모사한 홍예반자작품입니다. 교수님들과 동기 여럿이 모여 직접 건축물을 답사하고 내부 크기를 일일이 확인하며 문양을 재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역사 속 풍남문의 가치도 다시금 새기고, 동료들과 함께 풍남문 단청을 모사하며 저희만의 역사를 썼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제가 느낀 풍남문 단청의 아름다움을 모사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계속 소개하고픈 마음도 여전합니다.
앞으로는
저는 단청 중에서 회화의 특징이 돋보이는 별지화(화조, 산수, 인물, 동물 등을 그린 단독문양)에 특별히 흥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벽화로 많이 남아있습니다. 별지화는 서양의 다채로운 색상의 회화 못지않게 독특한 매력을 가졌는데요. 앞으로 절제된 색을 작품에 담아 우리 고유의 별지화를 알리고 싶습니다. 또 일반인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고요. 예전에는 삶이 중반을 넘어서면 모든 것들이 편안하고 안정적이면 좋은 거라고 생각 했었는데요. 막상 그 나이가 된 지금의 저는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습니다. 새로운 것을 계속 찾아가려고 합니다. 익숙한 것과 거리를 두고 낯선 장소, 낯선 사람, 낯선 작업을 향해 두려움 없이 나아갈 작정입니다. 그 곁에는 단청이 항상 함께할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