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made IN jEONJU
손의도시 전주
스스로에 길을 묻다
십여 년을 회화(유화) 작업만 했는데, 어느 날 문득 ‘이 일을 왜 하고 있지?’ 하는 근원적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마음일 때 손바느질을 만났어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유화를 그릴 때와는 확실히 달랐거든요. 바느질에 빠져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책을 사서 독학으로 공부했습니다. 그 무렵 바느질 관련 온라인 카페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손바느질로 만든 재킷을 출품했는데 1등에 당선되면서 재봉틀을 상품으로 받았어요. 1등을 했다는 것도 물론 좋았지만 손바느질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이 일을 계속해 봐도 괜찮겠구나 싶은 긍정적인 메시지를 선물 받은 느낌이라 더욱 기뻤습니다.
욱샘작업실
공방에서 가장 주요한 일은 패브릭 디자인(한글, 전주지도)과 왁싱 원단 작업이에요. 먼저 패브릭 디자인은 전주 한옥마을 지도와 한글을 패턴화 한 텍스타일 디자인을 원단으로 제작해 문화상품으로 기획·판매하는 것입니다. 이 상품은 주로 관광객이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왁싱 원단 작업은 내구성(마모, 오염 등)이 약한 패브릭의 단점을 보완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 시작한 일입니다. 원단을 개발하고 제품화하기까지 거의 2년이라는 테스트 기간을 거쳤고요. 이런 노력 덕분인지 독창적인 새로운 원단으로 알려지며 클라우드펀딩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지금까지 꾸준히 인기 있는 제품입니다. 몇 년 전부터는 업사이클링에도 눈을 돌리고 있어요. 많이 활용되지 못하는 재료를 찾던 중 비닐봉지를 원단으로 가공해 작품을 만들어 전시했습니다. 이때를 기점으로 업사이클링 공예에도 관심을 가지고 활동 중입니다.
가장 아끼는 작품
공방의 이름과 에코백을 합쳐 만든 [욱코백]입니다. 이 제품은 어느 행사에서 받은 에코백을 리폼하면서 왁싱원단으로 덧가방을 씌우고 매일 들거나 멜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비용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만드는 사람이나 쓰는 사람 누구도 부담 없는 가방이었습니다. 이 제품에 좀 더 집중해 발전시켰던 이유는 실용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스타일에 주변의 반응이 꽤 좋았고, 또 오래 사용해도 제품의 외관 변형이 미미해 새로운 형식의 천가방으로써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후 천 소재, 단추, 가죽 등 여러 차례의 샘플링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좋은 가방은
세상에는 예쁘고 멋진 가방이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중 유행에 따라 폐기되지 않고 혹은 손상되어 기능을 상실하지 않은 채 오래오래 누군가의 곁에 있는 가방은 몇이나 될까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가방은 기능과 멋을 갖추면서 동시에 오래 들고 멜 수 있는 가방입니다. 지금과 같이 심플하면서도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어떤 복장에도 잘 어울리고 어느 장소에서도 이질감이 없는 가방을 제작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돌아보면 실험적인 일을 많이 해왔어요. 덕분에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10년이 욱샘작업실의 씨앗 심기와 묘목 키우기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나무를 튼튼하게 하고 건강하게 키워내는 기간이 되길 바랍니다. 그동안 익히고 체득한 기술을 교육을 통해 나누고 싶고요. 또 전주에서 작업하는 작가로서 지역의 콘텐츠를 작품에 담을 수 있도록 매진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