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made IN jEONJU
손의도시 전주
목공의 시작
한국전통문화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다양한 공예를 접할 수 있었어요. 귀금속, 도자, 목공, 한지 등 각 분야의 작가들에게 수업을 듣던 중 목공을 배우는 과정에 가장 큰 흥미를 느꼈습니다. 열여덟이라는 어린 나이에 목공으로 진로를 결정할 정도로요. 제 인생을 목공의 길로 이끌어준 그 수업을 지금은 제가 강사로 출강하고 있어요. 수업을 듣는 학생들 중에 저와 같은 후배들이 또 있을 거라 생각하며 열심히 강의하고 있습니다. 전북대학교에 진학하면서 가구조형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작업을 계속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서 대학원까지 입학했습니다. 그 과정에 여러 가지 개인적인 어려움도 있었지만 목공을 놓을 수 없었어요.
우드유스튜디오
경제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취직을 해야 하나 걱정하던 때도 있었지만 공방을 꾸려 목공을 이어나가고 싶다는 오랜 목표를 이루고 싶었어요. 공방을 연 건 2020년 여름이었습니다. 안정화 단계에 접어드는데 거의 3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네요. 그 기간 동안 제대로 된 작품 활동을 하지 못한 거 같아서 다가오는 12월에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그때 소개할 작품들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고요. 틈틈이 정규수업과 원데이클래스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
학부 졸업 작품으로 만들었던 흔들의자를 꼽고 싶어요. 대학 때 가구의 완성은 의자라 배웠거든요. 의자 중에서도 흔들의자는 난도가 높은 작품 중 하나예요.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작업하는 내내 재밌었고요. 완성도도 마음에 드는 작품입니다. 당시 교수님께 새로운 기술을 배워서 만들었는데, 이게 학과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방식이었어요. 그때 제가 했던 것을 후배들이 여전히 쓰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지요. 그때 만든 흔들의자는 집에서 제가 사용하고 있습니다.
간결하고, 현대적인
학교 다닐 때는 전통 기법과 형태에 대해서 많이 배우고 작업했어요. 그때의 배움을 토대로 거실장, 와인장, 찻상, 화장대, 스툴, 벤치, 테이블 등 다양한 생활 가구를 만들어왔습니다. 초기에는 전통적인 요소가 가미된 형태의 작품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올수록 불필요한 장식은 덜어내고 간결하면서도 현대적인 형태의 작품을 만들고 있어요. 목공을 하다 보니 시각적인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실용성을 갖추는 게 진짜 가구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평소 좋아하고 선망하는 스타일은 셰이커 가구인데요. 현대미니멀리즘과 모더니즘가구의 기초가 된 스타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장식보다 기능을 중요시하고 원재료의 느낌을 살리는 방식으로 제작하는 것도 지금의 제 지향과 맞습니다.
앞으로는
당연한 말일지 모르겠지만 나무가 참 좋습니다. 나무를 만지는 시간이 편안하고 나무로 무언가가 만들어 내는 것이 기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제 첫 개인전을 통해 작품을 알리고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고 싶어요. 삶도 목공도 욕심을 부리면 불필요한 무언가가 반드시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비워내는 삶을 추구하는 제 가치관을 가구에도 녹여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