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made IN jEONJU
손의도시 전주
공예의 시작
어린 시절 중국에서 9년 정도 생활한 적이 있어요. 아버지가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하셨는데 쉬는 시간이 되면 소수민족 언니들이 복도에 앉아 뭔가를 엮곤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뭔지 모르지만 재밌어 보여서 언니들을 따라 배웠었는데 그게 라탄 공예였습니다. 중국 생활이 끝나고 한국에 들어와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라탄을 떠올리게 된 건 회사생활 중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취미를 배워보려던 참이었어요. 기억을 더듬으며 찾고 나서야 그게 라탄 공예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이후 라탄 공예를 하시는 분을 찾아가 배우면서 공예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만 해도 퇴근 후 취미 로만 즐기고 있었는데 제 작품을 본 지인들이 전주에는 라탄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으니 클래스를 열어보라고 추천 하더군요. 한번 해볼까 하고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현재 까지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라탄
라탄 공예를 하다 보면 라탄이 무엇인지 질문을 많이 받는데 라탄은 인도네시아 같은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등나무 줄기 를 말해요. 한국에서 서식하는 등나무랑은 조금 개념이 달라서 라탄 공예를 하기 위해서는 가공된 나무줄기를 배로 수입 해와야 합니다.
라탄은 처음에는 딱딱한 상태라 바로 공예를 시작할 수는 없어요. 물을 먹이는 작업이 필요하죠. 5분 정도 물에 담가 놓으면 말랑말랑해지고 다양한 기법으로 엮어 작품을 만들어요. 라탄만 있으면 다른 재료는 크게 필요하지 않아요. 가위와 송곳, 줄자만 있으면 작품을 만들 수 있어 간소하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작업할 때는 기본의 나무 상태로 엮어도 되지만 염색을 하거나 스테인을 바르며 다양한 색을 표현할 수도 있어요. 어떤 색을 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져 내가 원하는 색을 만들어가는 매력이 있습니다.
나의 작업
라탄으로는 못 만드는 게 없어요. 작은 소품부터 가방, 가구까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건 다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주로 만드는 게 있다기보다는 제 스타일과 성향 에 맞는 것들을 많이 만듭니다. 상상해봤을 때 이건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거의 다 만들어내죠. 제 성격이 조금 집요한 부분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은 시도하지 않을 것들을 시도하곤 하거든요. 키우는 강아지에게 영향을 받아
탄생한 강아지 머리가 달린 피크닉 바구니가 있는데 이것도
상상만 하던 걸 바로 시도해서 만들어본 거예요. 지금은 머리만 있지만 다음에는 몸통까지 완성해 보고 싶어요. 애니메이션이나 미니어처같이 귀여운 것들을 좋아해서 작은
인형들도 자주 만들고 있습니다.
미미손
미미손의 미는 한자로 아름다울 미(美) 자를 써요. 아름다움을 의미하는 미와 손이 합쳐져 생겨난 이름이에요. 아름다운 손재주로 모든 것을 다 만들어낼 수 있다는 그런 의미로요. 앞으로의 미미손은 항상 처음과 같은 모습 으로 꾸준히 갈 수 있는 공방이 되길 꿈꾸고 있습니다. 누구나 방문하면 볼 게 많고 귀여운 것들로 가득한, 행복함 을 느끼는 곳으로 성장해나가고 싶어요.
앞으로는
공방을 운영하며 연을 맺게 된 제자 선생님들과 같이 활동하는 선생님들이 많아지다 보니 생긴 꿈이 하나 있습니다. 스승님과 제자 선생님들이 모두 함께 참여하는 전시회를 열어보고 싶어요. 전시회를 통해 사람들에게 자연에서 얻은 소재로 이렇게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참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라탄으로 기쁨도 얻고 슬픔도 극복했던 경험이 있어요. 라탄에게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다른 분들도 라탄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시고 좋은 기억을 가져가시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