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made IN jEONJU
손의도시 전주
공예의 시작
39년간 공직 생활을 통하여 천직이라는 사명감 하나로 살다 보니 어느덧 정년을 맞이하게 되었어요. 100세 시대에 맞추어 새로운 꿈과 여유로운 여생을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도전을 해 보고 싶어 은퇴 후 4년 동안 테라코타로 작품 활동을 했었지요. 그렇게 성실한 창작 활동으로 졸작이지만 한옥마을 한지공예전시관에서 전시회를 갖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원래 한지는 전통적이고 현대적인 감각이 뒤떨어진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필연인지 우연인지 한지공예의 예술적 매력에 빠지게 되었던 계기가 있었어요. 한지공예 명장인 이유라 교수님의 전시회를 관람하고 여러 차례 상담도 받으며 한지공예의 우수성과 전통의 아름다움이 현대미술을 만나 가장 한국적이고 창의적인 작품으로 탄생한다는 것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후 한지공예를 더욱 탐닉하고자 대학원에 입학했어요. 지금 이 나이에 학업을, 아니, 그것도 한지공예라는 전문 분야에 빠지게 되리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나의 작업
작업할 때는 닥섬유와 칼라믹스를 주로 사용합니다. 닥섬유는 닥나무를 여러 번 쪄서 섬유로 만든 것입니다. 닥섬유를 사용하면 거친 질감의 표현이 가능해요. 칼라믹스는 닥섬유를 분쇄하여 염료를 넣어 현대적인 감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한 재료입니다. 거친 표현이 가능한 닥섬유와 섬세한 표현이 가능한 칼라믹스를 융합해 작업하고 있습니다. 재료의 색감을 표현하기 위해서 천연 염색의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좀 더 현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아크릴 물감을 사용해 작업하고 있어요. 한올 한올 염색을 한 뒤 조금씩 붙여가며 공간을 메꾸는 거죠. 섬세한 작업이다 보니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기간은 작품의 규격에 따라 빠르면 한 달이 걸리고 보통 3~4달은 걸립니다. 현재는 한지공예를 기존에 해왔던 테라코타에도 결합하기도 하며 현대적으로 소재의 다양성을 표현할 수 있는 예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작품
‘나의 삶을 담아낸 나무’라는 작품을 가장 좋아합니다. 공예를 만나기 전의 제 꿈은 건강한 노년을 보내는 거였어요. 한지 공예가의 길을 걷게 되며 꿈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뀌게 되었죠.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꿈은 내가 한발 한발 나아가며 만든 수백 개의 조각들을 모아 완성해나가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을 완성하는 데 5개월이 걸렸어요. 이렇게까지 고생하며 작품을 만들어야 하나 싶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살아오며 겪은 즐거운 일, 슬픈 일, 때로는 좌절하는 일 등 삶을 닮은 색 조각들을 하나하나 염색한 한지로 싸서 붙였어요. 작품을 만들며 나의 삶도 이렇게 붙여나가다 보면 어떠한 결과물이 완성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 고민의 과정을 거쳐 나온 작품이기에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입니다.
앞으로는
요새 60대는 중장년이래요. 75세나 되어야 노인이라고 하더군요. 다들 건강관리를 잘하니 잘살고 건강해진 거겠죠. 이제 건강에 대한 투자는 충분히 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사람들이 건강을 챙기는 데 사용한 시간만큼 문화와 예술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우리나라도 유럽처럼 많은 분들이 문화예술을 좋아하고 즐기며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분위기가 될 수 있도록 문화 예술의 영역을 확장하는 데 이바지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