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made IN jEONJU
손의도시 전주
공예의 시작
공방을 차리기 전에는 외국에서 학업과 일을 병행했었습니다. 해외 생활 이전에도 전통적인 것들에 대한 호감은 있었는데 한옥처럼 한국의 미를 보여주는 것들에 외국인 친구들이 관심 가지는 모습을 보며 더 좋아졌던 것 같아요. 어느 날은 제가 있던 지역의 한국 문화원에서 민화를 가르쳐 준다고 하더라고요. 이때 처음 그려본 민화가 모란도였어요. 평소 에도 전통적인 것에 관심이 있었고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해서 그런지 참 재밌었습니다. 그렇게 민화는 제 취미가 되었어요. 몇 년 전 코로나로 갑작스레 귀국한 후 우연히 금속 공방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일하다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해외로 돌아갈 생각이었죠. 그런데 공방에서 장애인분들이나 노인분들이 취미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며 조금씩 생각 이 바뀌었습니다. 저도 민화를 통해 소외계층의 취미생활을 장려하고 더 나아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졌거든요. 많은 고민 끝에 한국에 정착을 결심하고 나서는 공방도 차리며 본격적으로 공예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전문적인 지식을 쌓기 위해 홍익대학교 동양학과의 석사 과정을 밟고 있어요.
동양화
동양화는 서양화의 유화나 수채화랑은 달라요. 밑 작업이 아주 중요하거든요. 저 같은 경우 민화 작업을 할 때 바탕이 되는 패널을 직접 다 짜요. 다른 분들은 한지에 그림을 그린 뒤 배접을 맡기시는 경우가 많은데 그림을 그리기 전에 패널을 짜 미리 밑 작업을 해두면 서양화처럼 이젤 에 패널을 세우고 작업해도 물감이 흘러내리지도 않고 보관도 쉬워 이렇게 직접 작업하고 있습니다. 밑 작업을 할 때는 먼저 패널에 맞는 초배지라는 종이를 붙여 나중에 나무에서 물이 올라오는 것을 방지합니다. 그 뒤에는 그림을 그릴 한지를 아교랑 백반을 중탕한 아교반수로 물들여요. 그래야 그림을 그릴 때 물감이 번지지 않고 본래의 색 그대로 표현이 되거든요. 밑 작업이 완료되면 먹선으로 초를 뜨고 채색을 하는 방식으로 작업합니다
따뜻함을 담아
동양화의 특징인 것 같기도 한데 제 그림은 대체로 편안하고 따뜻해요.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 더 편해하시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 같아요. 보통 민화를 그리는 분들은 샤머니즘적 성격이 강해서 같은 민화여도 색이 화려하거나 채도가 높은 색을 많이 사용하시거든요. 한번은 민화 하시는 분이 제 그림을 보시고는 색이 너무 어둡다고 하시기도 했는데 그저 제 취향이에요. 동양화가 가진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그대로 가져가고 싶어 화려함보다는 편안한 느낌을 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삼원화방
지금 이 자리에 공방을 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이곳에서 시작하고 싶어 자리가 날 때까지 4년을 기다렸거든요. 앞에는 천이 흘러 자연 풍광이 좋고 한적한 분위기인 것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내부는 목수 친구와 함께 셀프로 인테리어를 했는데 제 손이 안 닿은 곳이 없어 공간에 자부심과 애착이 있어요. 고심해서 만든 멋진 공간이니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요새는 60대가 정말 빠르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은퇴할 나이가 되면 대체로 성취감을 느낄 일도 적어 지고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시더라고요. 앞으로는 은퇴자분들을 대상으로 클래스를 운영해 보고 싶습니다.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오랫동안 가져갈 수 있는 취미생활을 만들어드리고 싶어요. 그렇게 함으로써 한국 전통문화가 단기간 반짝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볼 수 있는 문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