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made IN jEONJU
손의도시 전주
천연염색의 시작
처음 천연염색을 접한 건 염색 체험장에서였습니다. 제 기억에는 적색계 염재인 소목이었던 것 같아요. 붉은색 이었거든요. 소목을 끓여 만든 붉은 염료에 천을 담가 물들이고 명반, 철, 알칼리 등 세 매염제(식물이 가진 색을 발현시키거나 고착시키는 물질)에 각각 담갔어요. 그랬더니 한 원단에 다른 색이 세 가지가 나오는 거예요. 너무 신기 했죠. 천연염색이라는 것도 여기서 처음 본데다 식물 하나 가 가지고 있는 색상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 매염제를 어떤 걸 사용하는지에 따라 색상이 다르게 발현된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체험이 끝나고 집에 돌아온 날 밤, 너무 설레서 쉽게 잠들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에 천연 염색을 제대로 배워보자는 생각과 함께 천연염색을 시작 하게 되었어요.
천연염색에 빠지다
염색을 시작하고 나서는 자연에 있는 온갖 것들을 다 염색 했어요. 풀이나 나무뿐만 아니라 채소만 봐도 이건 어떤 색이 나올지 기대하며 염색해 봤죠. 쪽도 직접 키워서 니람 도 만들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도, 힘든 줄도 몰랐습니다. 색에 관심을 갖고 작업하다 보니 색에 대해 욕심도 생겼습니다. 전통적인 색, 깊이 있는 아름다운 색을 찾다 보니 나주의 염색장 정관채 선생님을 알게 되었고 교육생으로 입문하여 지금은 이수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나의 작업
원단 전체에 고르게 염색되는 균일염을 좋아해 초반에는 균일염 위주로 작업했습니다. 염색장 전수관에서 전통 쪽 염색을 배운 이후로는 쪽 색을 활용한 균일염에도 푹 빠졌죠. 그렇게 균일염 위주의 작업을 하다가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문양염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문양염을 이용한 첫 작품이 납을 이용해 문양을 낸 납방염 발이에요. 납방염을 시작으로 실로 묶어서 문양을 내는 홀치기염, 나무판을 이용한 판 홀치기염, 바느질로 문양을 내는 교힐염 등 여러 가지를 시도했어요. 또 다른 염색법으로 회염이 있습니다. 염료를 오래 끓여 만든 농축액으로 붓을 이용하여 원단에 그림을 그리는 기법입니다. 회염은 저에게 매력 있는 작업으로 다가왔고 현재는 주로 회염 위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작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저만의 작품 세계를 찾고 싶어져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학우들을 만나서 서로의 작품과 소재, 작품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간의 작품들을 다시 되새겨보고 조금씩 저의 정체성을 찾아갔습니다. 이러한 과정 중 결혼을 주제로 한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결혼을 하고 같이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이 참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결혼 하나로 수많은 관계가 시작되기도 하고요. 그 관계가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예뻐 보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화산이 폭발하는 것 같이 감정이 폭발할 때 도 있지요. 그런 여러 가지 감정들을 녹여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흉배 작품은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 결혼하고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면서 동글동글하게 맞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이외에도 아이들이 쓴 동시도 작품에 담아 보았습니다. 결혼과 결혼 생활에 대한 생각을 작품에 진솔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던 그 과정들이 있었기에 저는 이 작품들에 정이 참 많이 가요.
앞으로는
이수자의 길을 걸으면서 우리의 전통 염색과 전통 색채 문화를 좀 더 깊이 있게 알고 싶었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국가유산청에서 진행하는 문화재 재현 및 복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우리의 훌륭하고 뛰어난 전통색을 유물의 실견을 통해 알아가고 연구하는 과정이 너무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이 연구를 바탕으로 고전 색으로 남아 있는 우리의 색을 찾아 전통을 현대화하는 작업으로 이어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전해지지 않고 있는 우리의 전통 문양염을 재현하는 작업도 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