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made IN jEONJU
손의도시 전주
공예의 시작
어머니가 뜨개질과 지점토 공예를 하셨어요. 어렸을 때 부터 옆에서 지점토를 가지고 놀면서 손으로 만드는 것에 흥미를 붙여 조소를 전공하게 되었죠. 졸업 후 미술학원을 운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제 작품이 너무 하고 싶었습니다. 일과 병행하며 틈틈이 나무를 깎았는데 운이 나쁘게도 사고를 당했어요. 그 일이 트라우마가 되었는지 기계를 못 다루겠더라고요. 그렇다고 작품 활동은 그만두고 싶진 않았기에 다른 소재로 작업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소 에서는 나무나 철을 주로 다루는데 한국적인 소재를 사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이전부터 하고 있기도 했고요. 마침 지금 사는 전주가 한지의 고장이기도 하니 한지를 공부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갔고 한국화 박사 과정을 거치며 색을 더 공부해 작품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나의 작업
초반에는 한지 등을 주로 만들었는데 지금은 지화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요새는 자이언트 플라워를 작업하고 있어요. 한지로만 작품을 완성하는 게 아니라 조명을 안에 넣고 꽃이 피고 지며 움직이게 만들었어요. 최근 전시에서 이 작품을 공개했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더라고요. 이외에도 포토존 이나 무대장치 쪽으로도 폭넓게 작업하고 있으며 한지를 체험할 수 있는 교육용 키트 개발도 하고 있습니다. 작업할 때 염료 같은 경우는 한국화 물감, 직물 염료, 아크릴 등 가리지 않고 사용해요. 한지를 입체로 만들기도 하지만 평면 작업도 하거든요. 그때 받쳐 주는 배경이 되는 한지에 그때그때 적절한 염료를 사용합니다. 한지 자체도 기계 한지, 순수한 한지 골고루 사용하고 한지 천도 써요. 작년에는 직접 염색한 한지 천으로 아이들 쾌자 조끼 55벌을 만든 적도 있어요. 우스갯소리로 먹는 거 빼고는 다 만든다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나의 언어
작가는 작가만의 조형적 언어가 필요하다고 생각 합니다. 작가의 이름표가 없더라도 사람들이 이 작품 은 소진영 작가의 작품이라고 알아볼 수 있는 특별함 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나 소진영의 특징은 뭘까, 뭘 표현하고자 하는 걸까 하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는 자연에서 행복함을 느껴요. 작업 을 하다 고개를 들었는데 블라인드에 비친 나뭇잎의 그림자가 살랑살랑 움직이는 모습. 걸어갈 때 손가락 사이로 바람이 스치는 느낌. 새벽에 땅에서 올라오는 촉촉한 흙냄새가 코끝을 스칠 때 있잖아요. 그런 자연에서 얻는 아름다움을 느낄 때 온몸에 전율이 와요. 이런 제 행복감을 진정성 있게 작품에 담으면 보시는 분들도 알아봐 주시지 않을까 생각해서 작품 에 담고 있습니다.
흔적
제 작품 중 한지를 태워서 표현한 작품들이 있어요. 불하고 한지는 어떻게 보면 만나서는 안 되는 존재들이잖아요. 불이 한지를 지나가면 흔적이 남아요. 저에게 있어 그 태워진 자리는 시간의 흔적 같아요. 뒤돌아보면 좋았던 일도 있고 나빴던 일도 있고 여러 일이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무의미 한 건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런 사건의 시간이 있었기에 현재가 있고 현재가 있기에 미래가 있잖아요. 그렇기에 시간의 흔적을 태움이라는 형태로 표현하며 작업해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한지를 너무 사랑해요. 한지가 예쁘기도 하지만 미술 재료로서도 굉장히 좋은 소재거든요. 한지로 아름다운 공예를 할 수 있다는 걸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알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항상 멍때릴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거든요. 지칠 때 바다를 보러 가서 멍하니 휴식하는 것처럼 제 작품도 보는 사람들이 힐링 될 수 있도록 작업을 해 나가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