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made IN jEONJU
손의도시 전주
공예의 시작
손으로 하는 건 다 좋아했어요. 무언가 만들어보는 것도, 만화 그리는 것도 좋아했고요. 도자도 본격적으로 공예를 해야겠다 는 생각으로 시작한 게 아니라 그냥 취미였어요. 전문 공방 에서 도예를 배웠는데 열심히 배우는 모습을 공방 사장님 께서 좋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사장님의 요청 으로 공방의 일을 조금씩 돕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도예 강사로 활동을 제안해 주셨거든요. 그게 연이 되어 한 3년 정도 도예 강사로 활동했습니다. 도예를 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2008년에는 한옥마을에 공방을 열게 되었어요. 개인 작업을 하려면 가마나 작품들을 놓을 공간이 필요했거든요.
나의 작업
주로 일상 식기류를 만들어요. 만화랑 인형을 좋아하다 보니 작품에도 제가 좋아하는 걸 녹여내고 있습니다. 제 작품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귀여운 캐릭터들이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죠. 귀여운 미소를 가진 캐릭터나 조형물을 위주로 작업하고 있어요. 맑고 순한 것들을 표현하는 게 작품이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품에서 자주 보이는 캐릭터들의 이름은 토실이와 토방이에요. 이름을 지으려고 지은 건 아니고 많이들 물어보시더라고요. 이름이 뭐냐고요. 즉흥적으로 지은 이름이라 조금 구수해요.
작품을 만들 때는 여러 종류의 흙을 사용합니다. 인형을 만들 때는 입자가 섞인 조형토를 써요. 조형토가 더 단단한 성질이 있거든요. 그릇 같은 식기류에는 백자토나 동영토를 사용하고 있어요. 작업 방식으로는 코일링을 주로 사용해요. 흙을 길게 밀어서 쌓아 올리는 작업이죠. 도자인형도 마찬가지예요. 속이 비어야 가마에서 구울 때 안 터지거든요. 형태가 어느 정도 잡히면 초벌하고 유약을 발라 닦아내고 물감을 칠하는 과정들을 거칩니다. 손이 정말 많이 가는 만큼 손도 상해요. 모든 과정이 손으로 이루어지니 지금은 지문이 다 달아 지문 인식도 안 되더라고요.
토실
토실은 언니와 함께 운영하는 공방이에요. 처음에는 혼자 시작했기에 이름은 제가 지었습니다. 제 이름에 열매 실(實) 자가 들어가요. 도자는 흙으로 만들잖아요. 흙 토(土)에 열매 실을 붙여서 토실. 토실토실 흙으로 열매를 맺으라는 뜻으로 이름 지었습니다. 두루두루 도자도 살찌우고 정신도 살찌우는 그런 느낌으로요. 공방의 위치도 아주 좋아요. 바로 근처에 천변이 있고 그 너머에는 산이 있거든요. 주변을 돌아보면 녹색 잎이 보이고 연두색이 눈앞에 펼쳐져요. 이러한 자연의 분위기가 작품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이런 멋진 환경에서 만든 좋은 작품이 가득한 토실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공방이 되면 좋겠어요.
첫 전시
최근 생에 첫 작품 전시회를 진행했어요. 원체 사람들 앞에 나서는 성격도 아니고 혼자 작업하는 걸 즐기다 보니 전시 같은 건 생각도 안 하고 있었습니다. 홀로 작품을 만들던 어느 날 정체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저 머물러 있기만 한 것 같아 조금 벗어나 보자는 마음으로 전시를 열게 됐어요. 처음 준비하는 거라 어설프기도 했지만 배울 점이 더 많아 좋은 경험이 되었어요. 이번 전시가 발전의 계기가 된 것 같거든요.
앞으로는
도자가 체력적으로 힘든 작업이라 까다로운 기법들은 접어두고 있었어요. 앞으로는 다양한 기법들을 활용해 하나씩 느긋하게 완성도 있는 작품들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또한 자연을 닮은 사람이 되어 맑은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작품을 만들다 보면 잘 안 웃게 되거든요. 제가 추구하는 작품의 주제가 미소인 만큼 웃으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