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made IN jEONJU
손의도시 전주
공예의 시작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려왔어요. 대학에서도 응용미술 학과 (산업디자인)를 전공했죠. 공예하고는 거리가 멀어 보일 수 있지만 재학 당시 부전공으로 염색 공예 수업이 있었어요. 3학년 때 이 수업에서 염색 공예를 접하게 되면서 그 매력 에 푹 빠졌습니다. 이후 섬유미술 작업을 더 깊이 있게 공부 하기 위해 산업대학원 섬유 공예학과에서 염색 공예작품과 섬유미술 작업을 배우게 되었어요. 실을 염색하고 문양을 넣는 태피스트리와 직조 작업, 장르를 초월한 순수 섬유미술 과 설치작업을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하고 연구했죠. 졸업 후에는 작가로서 활동하면서 생활용품에 공예를 접목한 다양 한 상품을 제작하는 섬유 공예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나의 공예
원래 공예라는 게 순수미술과는 달라요. 공예에는 미적인 요소 외에도 기능이 들어가야 하거든요. 어떻게 하면 실용적인 공예 를 할 수 있을지가 제 고민이었어요. 다양한 시도 끝에 조명에 염색 공예를 접목하는 등 산업화하는 방법을 찾게 되었죠. 공예 는 손으로 직접 만들기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요. 대중화 를 시키기는 어렵습니다. 좋은 공예품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대중화에 초점을 두고 작업하고 있어요. 현재 는 텍스타일 디자인과 제 전공을 결합해 침장류와 액세서리를 디자인 하고 있습니다. 제 작업의 독특한 특징이 있다면 디지털화 작업 이라고 할 수 있어요. 처음 작품을 구상할 때는 직접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려요. 이를 일러스트 나 포토샵을 사용해 그 위에 그림을 다시 그리는 방식으로 디지털화해 작품을 완성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저만의 예술성을 깊이 있게 표현하기 위해 호염 방식을 작업에 사용하기도 합니다. 호염은 밀가루 죽을 이용해 방염하거나 질감을 표현 하는 방식입니다. 천의 채색을 하게 되면 번지는 속도가 빨라 원하는 형태를 벗어날 수 있어요. 이때 호염 방식을 활용하면 의도한 방향으로 작품 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죠.
애착이 가는 작품
아무래도 공을 들인 시간만큼 애착이 가죠. 본격 적인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어떻게 만들 것인지 구상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나만의 색으로 옷을 입히는 과정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요. 태피스트리 같은 건 보통 6개월이 걸려요. 그런 건 특히나 애착이 가죠.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서 그 시간 동안 내가 작업하며 듣고 보고 느낀 것 들이 작품 안에 다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한국의 미
작품 중에 문창살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이 있어요. 어느 날 부안 내소사에 갔는데 문창살이 정말 멋졌어요. 그 당시 장인이 들인 공이 다 느껴졌습니다. 문창살을 거쳐 빛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 서양의 스테인드글라스 못지않게 아름다워요. 여기서 모티브를 얻어 전통적인 우리의 것을 현대화 작업을 통해 발굴하고자 했어요.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인 것 이라고 하잖아요.
앞으로는
나만의 한국적인 명품 브랜드를 만들어 디자인하는 게 꿈이에요. 어떤 디자이너가 말했어요. 디자인이 기능에 앞서면 안 된다고요. 그 말에 공감하며 항상 기능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 제작하게 될 명품도 이러한 의도에 맞춰 만들어지게 될 거예요. 아직은 제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부터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이 차츰 진화하는 과정을 거쳐 더 근사한 디자인이 나오게 되니까요. 지금은 나만의 명품 을 만들기 위해 연륜을 쌓고 구상하는 단계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