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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보
미학이 철학으로부터 분리되어 단독적 학문으로 독립하게 된 것은 근대에 이르러서였다. 1750년 독일의 철학자 바움가르텐(A.G.Baumgarten, 1714-1762)이 미학적 담론을 감성적 논리로 새롭게 체계화한 『sthetik』(영문명 aestetics, 미학·감성학·감성적 인식·감성적 인식학 등)으로부터 출발한다. 미학은 비교적 뒤늦게 출발한 독립적 분과학인데다, 우리들의 실생활에 절실한 학문이 아니라서 낯선 신생의 학문처럼 느껴진다.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의 서예미학書藝美學 역시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우리에겐 무척 낯선 신생의 학문이다. 3천여 년 전 갑골문甲骨文을 비롯한 여러 서체의 한자漢字가 출현한 후 여러 뛰어난 학자들과 서예가들, 예를 들면 주역周易의 여러 저자들과 진대秦代의 이사李斯, 한대漢代의 양웅揚雄·허신許愼·채옹蔡邕, 위진남북조대魏晉南北朝代의 왕희지王羲之·왕승건王僧虔, 당대唐代의 우세남虞世南·손과정孫過庭·이양빙李陽氷·안진경?眞卿 등의 서예미학사상에 관한 기록들이 오늘에 전해지고 있다는 데서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서예미학은 그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현대적 의미의 연구는 20세기 중반 중국에서 이루어지기 시작하여 1970년대 말 서예열書藝熱과 미학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하면서 본격화되었기에 낯선 신생의 학문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 한국의 경우 서예미학의 학술적 연구는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양적 질적으로 큰 차이를 이루며, 연구할 수 있는 인적 자원도 크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심하게 말하면 서예문화의 학술적 연구에 관한 한 황무지 개척기나 다름없다고 하겠다. 그나마도 ’88세계올림픽 대회의 개최를 계기로 세계를 향한 문호 개방과 함께, 원광대·계명대·대구예술대·대전대 등에 서예학과가 개설되어 크게 기대하기도 하였으나, 서예의 학술적 연구와는 거리가 먼 현대식 서예학원에 머물고 말았으며, 그나마도 지금은 폐과되어버린 실정에 놓여 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1998년 한국서예학회가 창립되고, 1999년 한국동양예술학회가 창립되며, 2007년 한국서예비평학회가 창립됨으로써 비로소 서예의 학술적 연구 분위기가 진작되기 시작하였다. 여기 더하여 2000년 21세기의 도래와 함께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에 서예미학 전공 석사과정이 개설되고,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유학과에 동양미학 전공 박사과정이 개설되므로써 바야흐로 서예의 학술적 연구가 활기를 띠기 시작하였다. 서예 관련 여러 학회의 창립과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의 서예미학 전공 석사과정 개설 및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유학과의 동양미학 전공 박사과정 개설은 나의 서예미학 연구와 결코 무관치 않다. 본시 나의 대학 강단활동은 중국철학, 특히 공맹유학과 노장학, 그리고 공맹유학의 창조적 계승·전개인 양명학의 연구와 강의 활동이었으며, 서예미학과는 전혀 관계 없이 이루어졌다. 이후 서예 관련 학회를 창립하고, 대학원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에 서예미학과 동양미학 전공 과정을 개설하면서 나의 학문적 관심은 서예미학으로 급속히 경도되어 갔다. 태어나면서부터 묵향 속에서 자라고, 일상적인 서예 체험과 서예 창작의 과정으로 다져진 나의 생활이 학회에서의 발표와 석·박사과정 학생들을 교육하고 지도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하나로 맞물리면서 나의 서예미학(동양미학)에 대한 관심은 빠르고 자연스럽게 열려 갔다. 나의 학문적 연구와 독서 및 강의 활동을 통한 자각적 자득自得은 한국의 전통철학과 중국철학, 특히 공맹유학孔孟儒學과 노장학老莊學, 그 중에서도 공맹유학의 창신적 계승인 양명학陽明學이 모두 심학心學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양명심학은 모든 존재와 가치의 본체를 인간 개개인의 선천적 본래마음, 즉 양지良知에 두고, 그 자연스러운 발현과 전개를 삶과 학문의 주제로 삼는다는 점에서 그 어떤 미학사상도 양명심학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서예비평과 신서예정신 및 서예미학사상 등에 관한 글들을 틈틈이 써온 바 있다. 이제 나이 팔순八旬을 넘어 이책 저책들에 산재해 있는 서예미학사상에 관한 글들을 다시금 가려 뽑아 약간의 수정을 거친 후, 한 권의 책으로 엮고, 『서예미학사상 산고書藝美學思想 散稿』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는다. 이는 나의 학문적 업적을 세상에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서예미학사상에 관심을 기울이며 삶을 살아간 한 독서인讀書人으로서, 그 자취를 한 곳에 모으는 작업 자체가 무척 즐겁기 때문이다. 여기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2022년 푸른 5월에 송하경 적다
2022.06.21
꽃예술이란 “작가가 자연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예술성을 발현시키는 것”이다. 114개의 다양한 꽃작품과 식물 사진을 풍부하게 수록하여 꽃예술의 세계를 체계적으로 이론화하여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은 꽃예술에 대한 체계적인 창작이론서이다. 각 장은 예술론에 기반한 꽃예술 창작론과 꽃예술 창작을 위한 조형론, 꽃예술의 확장을 위한 오브제의 활용 및 심리를 적용한 꽃예술론으로 구성되었다. 꽃예술이란 “작가가 자연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예술성을 발현시키는 것”이라는 이해에 따라 ‘예술에 자연을 담다’라는 부제를 달았다. 이 책은 우선 생활에서 하나의 목적을 위해 창작되는 꽃작품에서부터 전시를 위한 꽃작품에 이르는 꽃예술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살펴보고 꽃예술의 정의 와 목적 및 다양한 영역의 이해로부터 출발한다. 꽃예술 작품의 매체인 자연재료를 그 계절적 특성과 활용방식으로 분류하고 사진을 수록하여 그 특징들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책의 특성은 꽃예술 창작에 대해서 ‘모방’, ‘추상’, ‘상상’, ‘표현’의 예술론을 적용하여 꽃예술 창작의 다양성을 해석하고 화형법을 넘어 열린 방식의 창작법을 제시하는 것에서 보인다. 더 나아가 실제적 꽃예술 조형을 위해서 양감·질감·운동감·색의 조형요소와 통일과 변화 및 균형과 비례의 조형원리를 다루고 이를 적용한 작품들의 예시를 통해 조형적 해석을 구체화하였다. 꽃예술의 확장적 관점은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한 꽃작품의 세계뿐만 아니라 꽃예술이 갖는 치유적 효과와 색채심리 및 도형심리에 이르기까지, 꽃예술을 보고 경험하는 다양한 방식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지막 15강에서는 꽃예술의 기획과 전시에 관한 내용을 다룸으로써 꽃예술의 세계를 체계적으로 망라하도록 하였다. 각 장의 내용은 우선 그 장에서 중점되는 개념을 설명한다. 그리고 그 개념에 부합하는 작품의 예시를 풍부하게 들어 설명하고 있다. 각 장의 마지막 부분에는 창작을 위한 생각들을 작품의 계획과 창작, 창작이후 함께 소통하며 비평하는 논점을 제시하여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작품 114개를 수록하고 그에 대한 다양한 논점들을 해석해나가는 이 책은 꽃예술가와 이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자연성을 극대화하여 예술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이끌 것이다. 이 책은 꽃예술을 애호하는 일반독자들에게 뿐만 아니라 교육 제도 속에서 교재로 혹은 학사·석사·박사 과정에서 강의할 수 있도록 편집되었다.
2022.06.20
[서문] 전통 자수를 접할수록, 복식뿐만 아니라 장신구류, 생활용품류, 침구류, 장식류, 종교용품류에 수(繡)가 얼마나 폭넓게 선인들의 삶을 빛나게 했는지 조금씩 느껴졌다. 한 올 한 올의 실로 자수한 문양마다 개별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만, 각각의 문양들이 서로 어우러져 전체적 의미가 새롭게 부여되기도 하고 더욱 강조가 되기도 하는, 집합적 조화를 이루는 것을 보았다. 마치 우리 민족성과 같은 동질의 예술세계를 바탕천 위에 수놓아 펼쳐 놓은 것이다. 자수는 사용자가 무엇을 표현하고, 바라고, 전하고 싶은지를 대변하는 무언의 메시지(message) 전달 역할을 한다. 예로써, 왕은 자신의 존재를 가장 잘 표현하는 문양을 선택하고 귀한 금사 또는 은사로 아주 세밀하고 정교하게 자수한 보(補)를 가슴과 등 그리고 양어깨에 부착하였다. 이러한 표상적(表象的) 의미는 왕비를 비롯한 왕가와 관료에게도 해당된다. 자수된 문양 속에는 소망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함께 수놓아져 있기에 3자(수 놓는 자, 사용자, 보는 자)의 스토리텔링이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공유하고 소통하기 충분하다. 자수는 예술적 아름다움이 있다. 문양에 따라 자수 기법을 달리하면서 색감적 조화를 이루고 볼륨을 주어 입체적 효과를 준다. 평면 위에 공간을 느끼게 하는 예술성이다. 자수는 희망과 꿈 그리고 행복을 추구하는 긍정적인 영역을 확장하는 데 일조(一助)한다. 자수는 곧 인문학적 예술인 것이다. 이러한 전통 자수의 맥을 잇는 분들의 위대한 선택을 존경하며 그 분들의 역할에 감사드린다. 필자는 전통 자수에 대해 전문 지식이나 기능은 갖추지 못했지만, 전통 자수가 엄청난 매력을 지니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시대를 망라(網羅)하고 복식을 빛내는 전통 자수에 이끌려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깊지 못한 탐구와 짧은 소견에 불과하지만 부족함을 뒤로하고 전통 자수 이야기를 정리해 본다. - 서문 중에서(이봉이)
2022.03.18
“종우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이 종우가 전통의 종우라 강조하고 싶지도 않아여. 그저 내 종우를 아는 사람들이 날 찾아주면 그게 행복한 기래요.” 70년 인생, 전통 한지만을 만들다가 결국 그 자체가 삶이 되어버린 장인의 기록 9살부터 한지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칠십 년 넘는 세월을 한지와 보냈다. 지금도 첫 추위가 오면 아들 춘호 씨와 함께 닥을 삶아 한 해의 종이뜨기를 시작한다. 그 세월을 지내오는 동안 신기하게도 양력으로 12월 말, 크리스마스 전후는 어김없이 최고로 추웠다고 한다. 가장 춥고 혹독한 시기가 그에게는 최고의 종이를 만들기 위해 움직여야 하는 때이다. 그 추위가 가시면 물질을 시작한다. 옛날 별자리를 보고 농사를 지었듯, 전통 한지 작업은 일 년 사계절 철저하게 자연의 순환에 따른다. 그러한 자연의 부름을 일흔 번 가까이 맞이한 셈이다. 어린 시절에는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그랬듯, 굶주림을 채우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했다. 남의 집 논에 가서 모도 심고, 밭도 맸다. 그러다가 추운 겨울에 보리밥이라도 얻어먹으며 일하러 간 누님 댁에서 운명적으로 한지를 뜨는 장인을 만난다. “됐어. 배우면 돼요. 내 공장에서 배웠다 나간 사람 많은데, 사형이 제일 잘해요.” 스승님의 말씀 한마디에 용기를 얻어 본격적으로 한지장으로 가는 길에 우뚝 선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오게 되었다. 이 책은 무형문화재 김삼식 한지장의 한지 이야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예술뿐 아니라 세상의 어떤 작은 일이라도 평생을 묵묵하게 해온 이들만이 뿜어내는 삶의 향기가 있다. 그 거칠고 투박하지만, 끝까지 지켜낸 우직한, 인간 김삼식의 이야기를 이 책의 첫머리에 담아낸다. 또한 대를 이어 내려온 아들 김춘호의 한지로 넘어가게 되면 아버지까지 지켜온 전통의 방식에 ‘정밀한 과학’을 더하게 된다. 즉, 전통에서 더 발전된 과학의 우리 한지의 이야기로 마무리하며 미래를 조명한다.
2022.01.31
(……) 유년기인 5, 6세 때 입춘서를 쓸 정도였다는 것은 앞서 언급했거니와 이 당시 가학으로 구성궁예천명을 배운 것으로 시작하여 대구사범학교 재학 때 우당 김용하(愚堂 金容河)의 훈도로 서예가의 자질을 키워 나갔다. 이때 왕희지의 〈집자성교서〉, 〈난정서〉, 〈십칠첩〉과 구양순의 〈예천명〉, 우세남의 〈공자묘당비〉를 비롯하여 〈조전비〉, 〈예기비〉, 〈장천비〉 등 한비(漢碑)에까지 접하였으며, 이후 서울 미대 시절에는 소전에게 서예가의 풍모와 자세, 폭넓은 안목과 걸출한 감각 등에 대하여 큰 영향을 받은 것이 매우 중요한 기조가 되었다. 다만 소전의 애제자이면서도 국전 출품작품은 내 글씨를 쓴다는 정신으로 고전을 천착하며 독자의 길을 추구하는 남다름이 있었다. 이때 심취한 글씨는 갑골(甲骨)과 석고문(石鼓文)이었는데, 석고문은 일생에 가장 애호하는 것이 되었다. 졸업 이후에는 조상(造像)·마애(摩崖)·묘지(墓誌)·목간(木簡) 등을 비롯, 석문명(石門銘)·장맹룡(張猛龍) 등 북위(北魏)의 글씨를 연구하였고 나아가 당·송·원·명·청 제명가(諸名家)의 법첩을 섭렵하면서 다시 진·한의 체세(體勢)와 위·진의 풍운(風韻)을 누수(累修)하여 마침내 동강의 특장이라 할 수 있는 행초에 침잠하였다. 왕희지를 존경해마지 않으며 손과정의 서보(書譜)와 석도(石濤)의 〈화론(畵論)〉을 유독 선호하면서 지금도 변신을 위하여 ‘무엇을 쓸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쓸 것인가’를 화두로 삼아 가치추구의 진실을 체험하기 위하여 고뇌한다. 동강의 학서관(學書觀)은 초월절진(超越絶塵)의 기품과 일탈(逸脫)의 기상에 두고 있으며, 학문적으로 접근하면서도 ‘자연위사(自然爲師)’·’조화위사(造化爲師)’를 종법으로 삼고 있고, 늘 서론을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는 예리한 분석력과 높은 안목을 추구한다. 또한 서예관은 군자의 풍도가 있는 유덕한 글씨, 독자적인 자기만의 글씨를 쓴다는 것과 차원 높은 지적 세계에서 도출되는 다채로운 가치관을 견지하며 대자연의 생명력을 구가해야 한다고 여긴다. 그리고 학서의 자세는 서법의 원류는 간파하되 고금명가의 중법(衆法)·법박(法縛)을 지양하는 정신을 가지고 넓은 가슴과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러한 그의 서법 연원과 학서관, 서예관, 학서 자세 등이 어우러져 예술조예가 신장되면서 행초에 있어 독특함과 기품을 겸비한 승고신화(承古新花)의 동강체를 이루니 이는 조박(糟粕)을 물리치고 진수를 체회(體會)하려는 고행의 결과인 것이며, 그 이면에 면면히 이어져온 시·서·화에 대한 박섭(博涉)·박람(博覽), 국제적 거장과의 교류, 인간과 예술에 대한 역사의식의 정립, 반골의 냉엄한 자아실현, 과묵 솔진한 성격 등의 뭉뚱그러짐 그 자체인 것이다. 대만의 국립역사박물관 관장인 하호천(何浩天)은 〈동강 조수호 서화집〉 서문에서 “대한민국 조수호 선생은 그 의경(意境)을 엿보고 그 신운을 승습(承襲)하면서 자가(自家)의 풍격을 창작하였던 바, 그 행초와 해서는 기세가 방박(磅儁)하고 심후주경(深厚壬勁)하며, 전서는 균칭정발(均稱挺拔)하고 난죽의 조예는 다시 탈속됨을 볼 수 있으니 깊고 두터운 학문과 소양이 있지 아니하고서야 어찌 능히 여기에 이르렀겠는가!”라 하였고, 또 요몽곡은 대만 국가화랑서화전에 부쳐 쓴 ‘동강거사 서여기인(書如其人)’이란 글에서 “그 사람됨을 보면 문질빈빈(文質彬彬)하고, 그 글씨를 보면 고아(古雅)하며 생운(生韻)하다. 결구의 호응과 선획의 유미(流美), 그리고 용묵의 윤택은 이미 송명(宋明)의 서림(書林)에 직탐(直探)하였다”라고 술회한 것 등에서 동강의 세계를 가히 엿볼 수 있다. 동강은 붓 잡은 지 70년이 지난 이제서야 글씨가 무엇인지 좀 알 것 같은 안목이 생긴 것 같다고 술회한 바 있다. 진정한 승고신화는 이제부터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고나 할까! - ‘이 시대의 一大雅士 東江’, 선주선(원광대교수)
2022.01.26
쇠로 만든 신발이 다 닳도록 찾아다녀도 찾을 수 없더니, 전혀 힘들이지 않고 얻을 수 있었다[踏破鐵鞋無覓處, 得來全不費功夫]. 1만 3천여 자의 한자 표제자에 대해, 한(漢)·위(魏)·진(晉)·당(唐)·송(宋)·금(金)·원(元)·명(明)·청(淸) 및 현대의 초서 명필 서법가 330여 명이 쓴 초서 범자(範字)를 수집하여 수록하였다. 이 책에 수록된 초서들을 쓴 역대 대표적인 서법가들로는, 한(漢) 장지(張芝), 오(吳) 황상(皇象), 진(晉) 사마의(司馬懿)·황희지·왕헌지·색정(索靖)·왕도(王導), 당(唐) 태종 이세민(李世民)·회소(懷素)·손과정(孫過庭)·하지장(賀知章)·안진경(?眞卿)·구양순(歐陽詢)·우세남(虞世南)·장욱(張旭), 송(宋) 고종 조구(趙構)·소식(蘇軾)·미불(米?)·채양(蔡襄)·육유(陸游), 금(金) 장천석(張天錫), 원(元) 조맹부(趙孟?)·등문원(鄧文原)·선우추(鮮于樞), 명(明) 축윤명(祝允明)·문징명(文徵明)·동기창(董其昌)·송극(宋克)·왕탁(王鐸)·한도형(韓道亨)·왕총(王寵), 청(淸) 왕세당(王世?) 등등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다. 1만 3천여 자의 한자는 흔히 사용되는 글자는 물론이고, 과거 초서 문헌에 사용된 거의 모든 글자를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한자를 공부하거나, 서법을 연구하거나, 초서 고문헌을 독해하는 데 자전의 역할을 할 수 있다.
2022.01.10
海東歷代 名家筆譜 1926년 백두용이 우리나라 역대 명가의 필적을 모아 엮은 서첩. 이 책은 삼국시대부터 한말에 이르기까지 역대 서예가 인명의 나열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으며, 더욱이 수적을 빠짐없이 실음은 우리 글씨의 변천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으로서, 서예사적인 측면에서 볼 때 매우 중요한 자료라 할 수 있다. 목판본. 자발(自跋)에 기년(記年)조차 써넣지 않았고, 서문에는 누가 쓴 것인지 기명(記名)도 없다.자발에 보면 돌아가신 아버님의 뜻을 이어 수십년 동안 우리 역사 4,000년간의 고금명가의 필적 700점을 모아 6권으로 편집하여 ‘해동명가필보’라 이름한다고 하였다.또, 고인이 글씨를 쓰는 데는 죽필·가죽필과 털붓을 다 이용하였는데, 이것들은 통틀어 붓〔筆〕이며, 그 붓이 무슨 족보가 되겠는가마는, 용필의 공부는 사람에 있고 그 필필(筆筆)이 곧 그 사람이기에 필보라 하였음을 밝혔다.또한, 편집의 일은 큰일이나 미력하여 혹 주옥같은 것이 빠졌을지도 모르며, 완벽은 후일을 기대한다고 적고, 모든 군자들의 용서를 바란다고 하였다. 책의 구성은 서문을 넣고 매권마다 인명의 약전을 앞에 적은 뒤 수적(手蹟)을 나열하였고, 말미에 전각도 넣었으며 마지막으로 편집자의 말을 실었다.책의 표지는 오세창(吳世昌)이 썼다. 성균관에서 영인한 책은 상하 각각 3권으로 나누어 인쇄하였다.
2022.01.10
삶의 질이 높아지고 다양한 개성이 표출되면서 귀금속 산업은 더욱 활성화되어가고 있는 추세이며, 이에 따라 일정한 수준을 갖춘 전문기술의 수요 역시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에서는 귀금속공예를 전공하는 학생들은 물론 산업현장에서 실무에 종사하는 실무자들도 자신의 기술력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국가기술자격 취득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자격검정을 위한 귀금속 분야의 수험서는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기에 좀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험서를 통해 수험생들에게 보탬이 되고자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국가기술자격제도에 맞는 체계적인 기본원리를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이 책의 구성은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먼저 귀금속가공기능사, 산업기사, 기능장의 검정대비를 위한 시험과목인 귀금속재료, 귀금속가공, 보석일반, 공예사, 공예디자인, 제도, 색채학 분야의 이론 요점정리와 시험출제 경향의 분석을 토대로 한 연습문제 부분이 있습니다. 수험생 여러분들께서는 우선 기본서를 중심으로 전체적으로 폭넓게 공부한 후에 숙지한 내용의 확인과 실력향상을 위해 문제를 풀어봄으로써 가변적인 출제경향에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2022.01.10
〈수림의 자사호이야기〉는 보이차 전문점 청담지유명차 유튜버가 애정하는 자사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차를 마시면서 늘 사용하는 도구가 자사호이다. 저자는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차와 자사호를 다루면서 지낸다. 이 책은 차를 마시고 즐기는 저자의 십 수 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하는 자사호 이야기이다. 당연히 자사호를 소개하는 서적들이 많다. 기존 자사호 이야기는 도자기와 차 도구라는 전문 영역에서 주로 다루어져 왔다. 〈수림의 자사호이야기〉는 어려울 수 있고 딱딱할 수 있는 자사호 이야기를 생활 언어로 풀어낸 책이다. 낯선 외국 작가들의 예술 세계를 우리와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내고, 도자기의 엄숙함을 자연과 문화 그리고 생활 속 감정으로 풀어내고 있다. 책은 크게 네 파트로 구성되었다. 1부에서는 저명한 자사호 작가 8인의 명작을 마음의 세계로 재해석하고 있다. 특히 자사호 디자인에 담긴 의미를 저자만의 감성으로 풀어낸다. 중국공예미술대사 계익순 작가의 작품을 필두로 자사호의 재료와 디자인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는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전해진다. 2부에서는 저자에게 인문의 소회를 전한 자사호 이야기가 주로 실려 있다. 자연주의를 연상하게 하는 여준경 작가의 만원춘색과 유가의 오상(五常)을 소재로 한 장서봉 작가의 자사호가 대표적이다. 옛날 자사호를 주로 사용했던 사람들은 문인들이었다. 특히 강남의 사대부 문화의 중심에 자사호가 있었고, 자사호는 자연과 인문을 표현하는 중요한 예술품으로 역사를 이어오고 있었다. 저자는 자신이 보고 겪은 작가와 작품에 대한 소회를 자사호의 옛 정취와 연결하여 풀어낸다. 3부에서는 2021년 1월 한중도자문화교류전으로 열렸던 ‘신시대명호전’에 출품되었던 자사호에 대한 작가의 소회를 전하고 있다. 전시 행사는 해당 시기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2021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상징되던 시기였다. 당시 행사에 출품된 자사호는 그러한 시대 정황을 반영했고, 저자 역시 열 두 명의 전시 참여 작가의 작품을 선정하여 자신의 소회를 표현하고 있다. 전위 작가의 과취나 윤우근 작가의 성라기포 등이 대표적이다. 4부는 저자가 평소 좋아하던 자사호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선정하여 청담 차예관에서 전시를 열면서 만난 자사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탕선무 작가의 여의옥주를 통해 자사호가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울 수 있는가를 전하고 있다. 그리고 패기 넘치는 허학군 허신재 부녀 작가의 자사호 이야기에서는 대박이라는 말로 시작해 그들의 사유 체계가 자사호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 지를 소개하고 있다. 〈수림의 지사호이야기〉는 저자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저자와 함께 차를 나누는 이웃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에 등장하는 자사호 사진들도 저자의 사진이 있는가 하면, 이웃이 찍어 보낸 사진도 함께 하고 있다. 자사호 작품마다 때로는 거시적으로 때로는 미시적으로 사진이 배치되어 있어 자사호라는 도자기를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이 책은 일종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사랑의 대상이 차호인 거죠. 여기 실린 글들은 차호를 향한 저의 설레임과 그리움, 영감과 사랑을 표현했고, 여기 실린 사진들은 차호를 바라보는 소장자님들의 애정 어린 시선이 담겼습니다.” 책을 펴내며 전하는 저자의 이야기 일부이다. 이 책은 국내에서 펴낸 최초의 ‘자사차호 에세이집’이라 할 수 있다.
2022.01.04
국전(國展) 특선 작가가 쓴 서예작품집 겸 한문교양서 저자는 오랫동안 봉직했던 공직과 교수직을 떠나면서 그동안 살아왔던 인생길과는 다른 좀 여유롭고 부드러운 길을 걷고 싶었으나 한동안 정작 무얼 해야 할지 길이 보이지 않아 막막하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무심코 마을 산책을 하다가 동네 복지관의 한문 서예과정을 발견, 그날로 등록을 하고 서예라는 낯선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서예에 관심은 있었지만, 붓을 잡기는 처음인 완전 초보였다. 주로 추사체(秋史體) 행서(行書)를 기본으로 하여 여러 서체를 공부하였다. 추사체는 투박한 듯하면서도 힘이 있는 매력적인 서체이다. 백지상태로 시작했으니 그만큼 흡수력이 빨랐다. 그저 취미 삼아 서예를 배우기 시작하였는데 대한민국 미술대전(국전) 서예(추사체) 부문에서 특선으로 입상하는 영예를 얻게 되었다. 완전히 새로운 길, 예술의 길에 들어서는 운명이 되었다. 저자는 한문 서예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시(漢詩), 가구(佳句), 명문(名文) 등 인생을 사는 데 귀감이 되는 좋은 글들을 접하게 되고, 이를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좋겠다고 여겨 서예작품집 겸 한문교양서인 이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서예를 하는 독자에게는 학습 참고서로 활용될 수 있으며, 일반 독자에게는 한문에 관한 교양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배움의 길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좋은 인성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2021.12.10
융합서예술가 양상철의 20년 현대서예 활동의 결과물 서예가 출신인 양상철의 작업은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기호라고 할 수 있는 한자를 모토(母土)로 하고 있다. 한자는 오랜 시간과 공간 속에서 다듬어진 소통의 기호로서 의미 전달 체계인 형태와 의미를 갖고 있다. 한자는 동양의 문명적 기원의 산물로서 서양의 라틴어와 같은 중요성을 띠고 있다. 한자의 등장은 인류의 기원과 맥을 같이하는데, 자연물 속에서 취한 기호들이 간략화 되면서 특정 의미를 나타나게 된 것이다. 글자 자체는 형상에서 시작하여 점차 정형화된 추상으로 진행되어온 것이지만 그것이 원활하게 소통되는 것은 한 사회의 제도적 메커니즘 때문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예술의 영역은 더 넓어졌고 그 경계도 모호해졌다. 모든 사회가 그렇듯 구제도는 새로운 도전을 받는다. 지금의 서예는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에서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서양에서는 영어라는 글씨를 잘 쓴다고 해서 예술이라 부르지 않는다. 글씨를 잘 쓴다는 의미는 그 뜻을 잘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언어의 표기로서 글자를 잘 쓰는 것이 예술이 되는 것은 한자 문화권의 독특함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술의 영역은 마치 바다의 소용돌이와 같다. 시대의 물살은 끊임없이 돌고 돌며 묵은 것을 밀어내고 새로운 것을 삼킨다. 조선시대에 없던 사진, 영화, 디자인이 근대적 예술로 정착하고 최근에는 전자매체를 활용한 작업들과 인간의 몸짓이 예술적 영역으로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예술은 우리 세계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동력이다. 예술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그 변화가 곧 다른 생명력을 잉태한다. 양상철은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고 있다. 서예라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내용 전달의 의미가 우선하기 때문에 항상 글자 먼저 가독(可讀)되어 감성적 예술의 영역이 축소된다. 결국 그는 서예를 감성적 기호로서 영혼의 영역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그림과는 다른 것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예술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각작용의 느낌을 유발시키는 힘이 있다. 양상철은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기호적 전달보다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느낌으로 다가서는 예술로의 승화를 꿈꾼다.
202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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